화물연대 사태 일단락됐지만… 걱정되는 尹정부 노동정책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총파업(집단 운송거부)과 관련해 지난 10일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기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돼나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가 늘 개입해서, 여론을 따라가서 너무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게 되면 노사 간 원만하게 이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그간 정부의 입장이라든가 개입이 결국은 노사 관계와 그 문화를 형성하는데 과연 바람직하였는지 의문이 많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7일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을 '노사관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반면 같은 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대통령 발언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노동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회의'에서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정책적 사항이 주된 쟁점이어서 통상의 노사관계와 다르지만, 경제·노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화물연대를 조직하고 있는 화물차주들이 근로자가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고, 따라서 화물연대는 통상의 노동조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노동법이 보장하는 파업이 아니라는 뉘앙스가 깔려있습니다.

또 같은 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또 다른 '메시지'를 냈습니다. 원 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공원 시범개방 행사에 참석해 "안전운임제는 화주가 여러 가지 항목을 포함한 기준을 (화물차 기사에게) 지급하지 않았을 때 정부가 나서 과태료를 매기는 매우 특이한 제도"라면서 "화물차주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만들어진 제도이지, 완성형의 제도는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국토부는 운임을 결정하는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교섭 당사자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이 14일 밤 10시가 넘어 안전운임제 시행을 연장하는 쪽으로 극적 합의하면서 종료됐지만 8일 간에 걸친 총파업의 피해는 컸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기준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액이 1조6000억에 달한다고 추산해 발표했습니다. 화물연대가 화력을 집중한 완성차, 반도체 등을 비롯해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 전반으로 퍼진 것을 감안하면 후폭풍은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했을 당시부터 이번 운송거부 목적은 정부와 국회에 안전운임제 일몰을 폐지하고 적용 범위를 늘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화물연대의 '스피커' 방향은 명백히 정부와 국회를 향한 것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정부도 파업이 시작되고 뒤늦게서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12일까지 네 차례의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이 협상 테이블에는 대통령의 '노사관계' 언급이 무색하게도 '사측'이라 할 수 있는 화주는 없었다는 점입니다. 화주들은 그저 장외에서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 호소하는 정도였습니다.

화물연대의 주장처럼 이번 파업 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회 내 힘의 논리로 안전운임제를 도입해놓고, 3년이라는 일몰시한을 1년도 안남긴 상황에서도 대선을 치르느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화물연대 파업은 일단락되었지만 '준비되지 않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두고두고 여운이 남을 전망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대통령은 "노사관계", 고용장관은 "정책이 쟁점", 국토장관은 "정부는 교섭당사자 아니다"라는 등 중구난방 식의 정부 대응이 파업 장기화를 불러왔다는 지적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