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A는 회사에서 핵심 인재로 관리하는 30대 미혼의 여성입니다. 회사는 A를 중심으로 회사 상장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리고, 해당 업무를 보조할 B를 인턴으로 채용하였습니다. 인턴은 추후 A 팀장을 포함한 다수 평가자의 평가를 통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회사에서 올해 가장 큰 관심사라 A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B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자기 능력을 입증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되고자 했습니다. A와 B는 함께 야근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A와 B의 사내 비밀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A와 B 사이에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와 B가 감정적으로 다툰 날이면 회사에서 다른 팀원들 모르게 B를 불러서 “똑바로 안 할 거예요? 반성문 써오세요”라며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B는 A에게 둘이 다툰 내용에 대한 사과의 내용을 편지로 작성하여 사적인 자리에서 전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반성문을 작성 및 제출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국 A와 B는 팀 프로젝트가 완결되기 전에 서로 관계를 정리하였습니다. 이후 A는 B를 다른 직원과 동등하게 사무적으로 대했고, 위와 같은 감정의 문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B의 인턴 만료 기간이 다가왔고, B는 A 팀장이 본인의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 우려되었습니다. 이에 고충처리기구와 상담을 진행하다가 A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하게 되었습니다.

A와 B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된다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판단>
업무상 관계뿐만 아니라 연인관계 등 업무 외의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라면 ①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상의 우위를 이용한 행위인지 ②업무 관련성이 있는 행위인지 등을 주요하게 고려하여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 A와 B가 연인이었던 시절에 A가 B에게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하여 위 요건을 중심으로 검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직장 내에서 A 팀장은 B 인턴에 대하여 지위상 우위성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성문 작성 요구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지시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A 팀장이 B에게 반성문을 작성하도록 요구한 것은 업무상 사유가 아닌 사적 다툼에 기인한 것이었고, B 또한 해당 다툼에 대하여 사과의 의미를 담은 편지를 사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위에 비추어 봤을 때 해당 행위는 A 팀장의 지위상 우위를 ‘이용’한 행위로 보기 어려워 보이며, 업무 관련성 또한 낮은 행위로 보입니다. 즉, 업무와 무관하게 발생한 사적인 영역에서의 문제를 단지 회사라는 공간으로 가져온 것으로 위 사례의 내용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A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B의 정규직 전환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장에서 상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반성문을 강요하였다는 등의 사실이 있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여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고용노동부 매뉴얼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은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을 다루는 법은 아니므로 사적인 갈등을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업무 관련성’과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사내연애 관계 하에서 발생한 사실의 경우 이러한 업무 관련성과 우위 이용 여부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사안의 경우에는 오히려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기 위한 수단으로 직장 내 괴롭힘 제도를 활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회사가 당사자 간의 관계에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회사 내에서 준수하여야 할 기본 태도’에 대해 알려주고, A를 B의 정규직 전환 평가자 명단에서 제외하거나 정규직 전환 평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용선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