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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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의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최근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의 '금산분리 개선' 발언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금산분리 완화는 전통 금융사엔 기회, 빅테크엔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900원(2.5%) 떨어진 3만5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간 카카오페이도 900원(1.18%) 내린 7만5500원에 거래 중이다. 두 종목 모두 장중 한때 각각 3만4600원, 7만37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들 종목은 전날에도 크게 밀렸다. 카카오페이는 10.22% 급락한 7만6400원에, 카카오뱅크는 8.05% 떨어진 3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5.93%, 4.49% 하락했다. 물론 코스피지수가 연저점을 뚫는 등 급락했지만 신한지주(3.9%), KB금융(2.88%), 하나금융지주(2.83%) 등 전통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낙폭이 확연히 크다.

최근 빅테크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빅테크들을 비중 있게 담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만 봐도 위축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TIGER 200IT레버리지(-16.48%), TIGER KRX인터넷K-뉴딜(-13.26%), KBSTAR Fn플랫폼테마(-12.36%), TIGER 소프트웨어(-10.73%) 등은 큰 폭 떨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6.75%) 낙폭의 2배 수준이다.

Fed발 긴축 공포 여파다. 미 노동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6% 급등했다고 밝혔다.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의 상승률 최고치다. 지속적 물가 상승이 경기 불황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그간 높은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적용 받아온 기술주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의 발언도 악재로 더해졌다. 여신금융협회장 출신의 김 내정자는 지난 7일 지명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산분리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빅테크에서는 가능한데 기존 금융사는 하지 못했던 것 등을 하나하나 따져보겠다. 타당한 이유 없이 막는 규제는 다 풀겠다"며 "금산분리와 전업주의 등 기본 원칙도 보완이 필요하다면 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는 김 내정자의 발언을 두고 향후 핀테크 경쟁력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자본의 비금융산업 제한이 금융지주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핀테크사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핀테크사 규제가 기존 금융사와 점차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는 만큼 핀테크사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