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작년 초부터 인기…오래전 책이 홍보 없이 팔린 건 이례적"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18년 만에 100쇄…특별판 출간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1909~1948)의 '인간 실격'이 18년 만에 100쇄를 돌파했다.

도서출판 민음사는 2004년 5월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선보인 '인간 실격'이 100쇄를 돌파해 기념 특별판을 펴낸다고 14일 밝혔다.

출판계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구간(舊刊)이 특별한 홍보 없이 꾸준히 팔려 100쇄를 찍은 것은 드문 현상이다.

올해 2월 400권을 돌파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100쇄를 찍은 작품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정도다.

'인간 실격'은 지금껏 30만 부 넘게 팔렸다.

민음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인간 실격'을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동명 드라마가 그해 가을에 방송됐지만 이전부터 책이 팔리기 시작했고, 드라마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데다 내용도 소설과 연관성이 거의 없어 그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페스트'가 잘 팔렸는데, 어려운 시국에 고전이 팔린다고 보기엔 '인간 실격'이 유독 인기가 좋았다"며 "편집자들과 원인을 분석했지만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 '미스터리'란 말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18년 만에 100쇄…특별판 출간
1948년 작품인 '인간 실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존경하는 일본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이다.

1936년 등단해 파란만장한 삶을 산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로 현재까지 일본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함께 가장 많이 판매됐다.

소설은 인간이 맺는 관계에 대한 근원적 공포와 회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순수한 젊은이의 지독한 방황과 타락의 과정을 그렸다.

화자인 '나'가 주인공 오바 요조가 쓴 수기 세 편을 읽는 액자식 구성이다.

수기의 앞과 뒤에는 화자가 요조의 사진에서 받은 인상을 쓴 서문, 요조의 노트와 사진을 입수한 경위를 서술한 후기가 각각 담겼다.

요조의 수기는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란 첫 문장으로 유명하다.

현실에서 도피해 극단적인 일탈로 자신을 파괴해 가는 젊은 주인공의 초상은 마치 다자이의 자화상을 그려낸 듯하다.

고리대금업으로 부유해진 집안에서 보낸 유년기, 학생 시절 비행과 좌익 단체 활동, 불특정한 여성들과의 분방한 연애, 여러 차례의 동반 자살 기도, 알코올과 마약 중독, 정신병원 수용 경험 등이 요조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재현된다.

이 작품은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 음울한 허무주의와 자기 파멸적 정서로 제2차 세계대전 패배 후 우울과 절망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민음사는 "발표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인간 실격'은 세계 젊은이들 사이에 읽히고 있다"며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는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특히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