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면서 합의한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려 하고 있다.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로 건너가는 물품에 대한 통관 절차를 없애려는 것이다. EU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면서 무역 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이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정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부 변경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지만 2019년 체결한 북아일랜드 협약에 따라 EU 단일시장에 남아있다. 영국에서 아일랜드 해협 건너에 있는 북아일랜드로 물품이 이동할 경우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번 법안을 통해 최종 목적지가 북아일랜드인 물품에 대해 통관 절차를 생략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은 북아일랜드 협약 관련 분쟁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아닌 별도의 중재 기구를 통해 해결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신이 서명한 북아일랜드 협약을 일부 폐기하려는 것과 관련해 "진정으로 예외적인 상황 때문"이라며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다. 하지만 EU의 시각은 다르다.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EU는 북아일랜드 협약과 관련해 재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을 상대로 새로운 법적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는 관세를 통해 영국에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영국이 브렉시트 협정의 일부를 무효화하는 법안을 발표함에 따라 EU와의 무역 전쟁에 빠질 위험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