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유니스트 내 클리노믹스 본사에서 만난 박종화 각자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울산 유니스트 내 클리노믹스 본사에서 만난 박종화 각자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미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서비스 건수는 크게 줄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법인에서 본업인 유전체(게놈) 및 액체생검 암 진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계획입니다.”

지난 9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내 클리노믹스 본사에서 만난 박종화 대표는 “김병철 전 대표의 해외 사업 집중을 위해 지난 3월 경영 체제를 개편했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생물정보학(바이오인포메틱스) 전문가다. 영국 애버딘대에서 생화학 학사를 마치고 캠브리지대 생물정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니스트 교수창업 기업인 제로믹스를 2014년에 설립했다.

클리노믹스는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부소장 출신인 김병철 전 대표가 2011년 설립했다. 2018년 클리노믹스와 제로믹스가 합병하며 현재의 클리노믹스가 됐다. 박종화, 김병철 공동대표 체제로 2020년 12월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박 대표는 상장 이후인 작년 초에 공동대표직을 내려놨다. 약 1년간 클리노믹스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유니스트 교수직을 병행하던 그는 지난 3월 대표직에 복귀했다. 게놈 분야 연구 및 사업에 집중하며 회사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클리노믹스는 김병철, 정종태 공동대표에서 박종화, 정종태 각자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작년 3월부터 공동대표를 맡아온 정종태 대표는 각자대표로서 경영 부문을 총괄한다. 김병철 전 대표는 사내이사로 남았다. 김 전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사업에 집중해 힘을 쏟을 계획이다.

박 대표는 “이번 체제 개편은 김병철 전 대표가 글로벌 사업 확장에 더욱 매진하기 위한 의미가 크다”며 “경영과 기술개발 영역을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美 코로나 매출 감소세…요양병원 중심 영업 전개”

클리노믹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554억원과 영업이익 2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64.4%가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2021년 실적 성장은 미국 현지법인인 클리노믹스 USA가 이끌었다. 클리노믹스 USA는 미국 현지에 있는 미국실험실표준인증연구실(클리아랩)과 제휴해 코로나19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약 50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 1분기 매출도 12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2% 증가했다. 미국 법인 매출은 116억원이다. 미국 정부가 일반인 코로나19 검사의 예산 지원을 2분기부터 중단하면서 현재는 서비스 건수가 많이 줄어든 상태다.

클리노믹스는 매출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코로나19 검사에 정부 예산이 지원되는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영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으로 어떤 사업으로 채워나갈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코로나19 매출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액체생검 암 진단과 유전자검사 등 코로나19로 늦어졌던 본업 매출 확대를 위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 암 진단 및 액체생검 플랫폼 사업, 확대 추진

클리노믹스의 2022년 1분기 매출 중 약 90%는 미국법인의 코로나19 검사 서비스에서 나왔다. 코로나19를 제외한 분야별 비중은 암 진단 서비스 60%, 게놈 진단 서비스 30%, 액체생검 플랫폼 장비 10% 수준이다.

하반기에는 해외 법인을 거점으로 암 진단 서비스 및 액체생검 플랫폼 사업의 글로벌 확대를 추진한다. 클리노믹스는 2017년과 2019년 미국과 영국에 각각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헝가리 법인은 지난해 6월에 코로나19 진단키트 납품을 계기로 설립했다.

미국에서는 자체 클리아랩을 통해 액체생검 암 진단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작년 말 클리노믹스 USA가 샌디에이고 소재의 연구소를 인수하고 클리아랩 인증을 진행 중이다. 약 1년 후 인증 획득을 예상하고 있다.

클리아랩 인증을 받은 후 샌디에이고 연구소를 통해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미국에서의 코로나19 진단 서비스는 기존처럼 협약을 맺은 클리아랩을 통해 진행한다.

어바인에 약 300평 규모의 사옥 매입도 진행 중이다. 어바인 사옥은 클리노믹스 USA의 클리아랩 서비스를 총괄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유럽에서는 헝가리 법인을 통해 액체생검 플랫폼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헝가리 국립병원 3곳에 실험실을 구축하고 액체생검용 의료기기인 ‘CD-PRIME’과 ‘LBx1’, ‘LBx2’ 등을 납품할 예정이다. 앞으로 유럽 지역 10개국에 진출하기 위한 근거지로 헝가리 법인을 활용할 계획이다.

울산=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