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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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가 금지되면 증시가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법안이 시행되자 증시가 반등한 사례가 있어서다. 다만 금융당국은 공매도 제도를 개선한 뒤 전면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혼란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하나금융투자는 ‘공매도 금지 정책 전까지는 진바닥을 알 수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증권가에서 공매도 금지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보고서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코로나19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하던 상황에서 공매도 금지 법안이 시행되자 코스피지수는 반등에 성공했다”며 “2011년 8월 공매도 금지 정책이 시행됐을 때도 한 달 뒤 지수가 진바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추이와 코스피지수. 자료=하나금융투자
공매도 추이와 코스피지수. 자료=하나금융투자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2020년 3월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금지한 뒤 지난해 5월 코스피200·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됐다.

이 연구원은 “공매도 일시 금지가 풀린 지난해 5월부터 코스피지수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지수는 공매도 부분 재개가 시행된 지난해 5월 3일 3127.20에서 같은 해 7월 6일 3305.21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고점 대비 25%가량 빠졌다.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공매도가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2020년 3월 초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율이 10%에 육박했지만 법안 시행 후 공매도가 거의 없어졌다”며 “현재 인플레이션 우려 장세에서도 공매도 금지 등 적극적인 정책 여부로 지수 바닥 시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2~14일) 전체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율은 5.63%를 기록했다. 작년 6월(2.34%)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아닌 전면 재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스탠다드인 공매도를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지 않고 있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또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매도 상환 기간이 개인은 90일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무기한”이라는 비판도 사실과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다”며 “현 공매도 제도 관련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한 후 전면 재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거시경제(매크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감안해 단기간 내 전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릴 때 적용하는 담보 비율을 기존 140%에서 기관·외국인과 동일한 10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금융감독원도 공매도 조사전담반을 설치하고 공매도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