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 ‘추억의 소환’ 마케팅 콘셉트 빅히트
올 상반기 식품업계 최고 히트작은 단연 SPC삼립의 포켓몬빵이다. 출시 후 석달 동안 포켓몬빵의 누적 판매량은 3300만 개(7일 기준)를 넘어섰다. 편의점 앞에는 포켓몬빵을 구입하기 위한 오픈런이 벌어졌고 중고거래플랫폼에선 포켓몬빵과 제품안에 들어있는 포켓몬 스티커(띠부씰)가 정가보다 5~10배 비싸게 거래됐다.

포켓몬빵 마케팅의 콘셉트는 ‘추억의 소환’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포켓몬 열풍이 불던 시절 초중고생들은 성인이 됐다. 당시 학부모였던 소비 계층은 20년이 지나 조부모가 됐다. 포켓몬빵은 이들을 하나로 묶는 일종의 ‘문화’로 인식됐다는 평가다.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선호도야 말로 포켓몬빵 열풍의 힘이란 분석이 많다.

SPC삼립 관계자는 “포켓몬빵을 찾는 소비자의 연령대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는 없지만 자녀 세대와 함께 추억의 제품을 공유하려는 30~40대부터 손자손녀의 포켓몬빵을 구하려는 중장년 세대까지 구매층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상황 1 20여 년이 지난 세월의 공백
도전 1 철저한 고증·품질 개선·소비자 소통

포켓몬빵은 1999년에 첫 출시한 제품을 20여년 만에 다시 선보인 것이다. SPC삼립은 지난 2월 말 포켓몬빵을 재출시할 당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제품명에도 ‘돌아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돌아온 포켓몬빵’으로 마케팅했다. ‘재출시’라는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특히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과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은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가장 많았던 제품이었기 때문에 품질 개선과 함께 과거의 맛을 재현해 고객들의 추억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포켓몬빵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과거에 있던 제품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2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과거의 디자인과 제품의 형질을 그대로 재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SPC삼립 측은 설명했다. 회사의 역사를 정리한 사사와 연구개발실에 포켓몬빵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었지만 다시 제품화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SPC삼립 연구소와 마케팅부서는 포켓몬빵과 띠부씰이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상태에서도 품질은 개선될 수 있도록 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초의 경우 봉지 안에 든 빵을 훼손하면서 띠부씰을 획득하려는 일부 소비자로 인해 대리점주 등이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다. 이번 재출시 전에는 이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다. 제품을 구입 후 포장을 뜯기 전까지는 ‘어떤 띠부씰이 들어있는지 절대로 알 수 없도록’ 조치했다.

SPC삼립의 경영진과 직원부터가 포켓몬빵의 팬이었던 점도 포켓몬빵 재출시의 배경이 됐다. SPC삼립 마케터들은 기획단계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위로와 추억 여행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제품 출시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소비자들도 고객센터와 소셜미디어 상에 포켓몬빵을 재출시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빵에 애정이 있었던 경영진과 실무자들이 소통을 하며 2022년판 포켓몬빵은 만들어졌다. 이런 계기로 포켓몬빵을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됐고, 2022년 상반기 기준 소비 시장을 상징하는 최고의 화제작으로 거듭났다.

상황 2 유통처 너무 많아 공급량 제한
도전 2 ‘증설의 저주’ 피해 인기 장기화

이번에 재출시된 포켓몬빵은 전국 유통채널 대리점(슈퍼마켓), 마트, 편의점 등을 통해 동시 판매됐다. 국내 편의점 수만 5만 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커머스와 관련 스타트업도 유통에 뛰어 든 상황이다 보니, 하루에 수십만 개씩 생산되는 포켓몬빵이 판매대에 진열되는 확률은 매우 줄었다.

너무도 다양한 유통 채널이 오히려 현상을 왜곡시켰던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SPC삼립이 줄을 세우려고 일부러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실상은 유통처가 너무 많다는 점이 오히려 유통처당 공급량을 제한시킨 것이다.

SPC삼립은 전국 주요 공장에 포켓몬빵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24시간 동안 제품을 생산한다. 다만, 2월 말 출시 후 연일 매진을 이어가던 차에 냉장제품 4종을 추가로 출시하기도 했다.

포켓몬빵에 ‘올인’하지 않은 것도 오히려 인기를 장기화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수요 급증에도 증설을 하지 않았다. SPC삼립은 포켓몬빵 생산을 늘리기 위해 SPC삼립 내의 다른 제품 생산을 일시적으로 멈추지 않았다. 증설을 하기 보다는 생산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려 포켓몬빵 공급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업계에는 ‘증설의 저주’가 종종 회자된다. 식품업계의 메가히트 제품으로 꼽히는 크라운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Hy 팔도의 꼬꼬면 사례처럼 생산라인을 확대한 후 인기가 식어버리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SPC삼립은 일단 ‘증설의 저주’는 피해가고 있는 셈이다.
포켓몬빵, ‘추억의 소환’ 마케팅 콘셉트 빅히트

상황 3 재미 추구 신세대의 등장
도전 3 게임 세계관을 제품에 접목

20년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특히 트렌드를 빠르게 좇는 소비재 시장에서 스무 해의 간극을 뛰어 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999년에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2022년에 동일 제품이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상식과는 다르다. SPC삼립 마케터들이 상식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MZ로 대변되는 신세대의 취향을 읽어내는 의무는 동일한 세대인 마케터와 연구개발자들에게 부여됐다. SPC삼립의 포켓몬빵 마케터들은 이 제품을 두고 “포켓몬빵은 자식과 같은 존재다”라며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랜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복원한 포켓몬빵과 이를 향한 진심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SPC삼립의 마케터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원작인 포켓몬의 세계관을 포켓몬빵에도 접목시켰다. 띠부씰은 1999년 당시 선보였었던 포켓몬 도감 번호 1번부터 151번까지 담는 것으로 정교함을 더했고, 인기가 높은 포켓몬 캐릭터의 경우 2가지 모양으로 제작해 수집의 재미를 끌어올렸다. 포켓몬 캐릭터의 시조새 격인 ‘뮤츠’와 ‘뮤’는 포켓몬스터 세계관에서도 매우 희귀하다는 특성을 고려해 띠부씰 생산량도 희소하게 조정했다.

단순한 제휴와 협업을 넘어 세계관을 그대로 차용한 포켓몬빵에 대해 소비자들은 줄서기와 구매를 향한 열정으로 회신했다. 마치 포켓몬고(닌텐도사의 게임)를 위해 게임 이용자들이 각 지역을 돌며 캐릭터를 수집했던 것처럼, 소비자들은 포켓몬빵을 찾아 집 근처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빵 들어오는 시간’을 파악하고 작전을 수행하듯 구매를 이어 가기 시작했다.

올 2월 24일에 7종으로 출시한 포켓몬빵은 4주 만에 누적 판매량 500 만개를 돌파했고, 한 달여 만에 1000만개도 넘어섰다. 4월 초에는 냉장제품 4종을 추가로 출시했으나 여전히 포켓몬빵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6월 초 현재 누적판매량은 3300만 개에 달해, SPC삼립의 스테디셀러 봉지빵의 판매량 평균을 6배 이상 웃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SPC삼립과 포켓몬빵의 핵심 경쟁력은 76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축적해온 고유의 원천기술과 장인정신으로부터 나온다. 모그룹인 SPC그룹 전체가 허영인 회장의 품질경영 원칙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SPC그룹은 1983년 국내 제빵 업계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했다. 2012년에는 연구개발 조직을 혁신한 중앙연구소인 ‘이노베이션 랩’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이노베이션 랩을 중심으로 SPC그룹이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규모는 연간 500억 원에 이른다.

이노베이션 랩은 매월 평균 500개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여러 단계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엄선된 일부의 제품만이 소비자와 만나게 된다. 포켓몬빵의 경우에도 기획부터 제품의 연구개발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SPC그룹은 미생물 등 식품분야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 SPC그룹은 2009년 서울대학교 내에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때부터 서울대 교수진과 산학협력을 통해 다양한 식품 분야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토종효모의 발굴(2016년)과 유산균 혼합발효종 개발(2019년)이다.

SPC그룹 토종효모는 국내는 물론 미국, 중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 4개국 특허 등록도 완료했다. 식품 원천기술, 식량안보, 미생물 자원 발굴 등의 화두가 국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시대에 순수 독자적인 연구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제빵용 미생물 자원이 해외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포켓몬빵은 ‘결국 마케팅도 본질(품질, 원천기술 등 핵심가치)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례를 실물로 보여줬다.

하수정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추억은 마케팅의 단골 소재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과거의 추억을 자극하는 상품이 꾸준히 출시된다. 맥심커피 레트로 에디션, 탄산음료 오란씨 리뉴얼, 복고풍 패키지에 담긴 코카콜라, 삼양라면 더클래식, 돌아온 포켓몬빵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렇게 추억에 어필하는 마케팅을 특별히 추억 마케팅, 혹은 “노스탤지어 마케팅(Nostalgia marketing)”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람들은 도대체 왜 추억을 좋아할까? 추억이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많은 마케팅, 소비자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과거를 회상할 때 보통 부정적 기억보다 긍정적인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옛날 노래를 떠올리면 과거 그 노래를 듣던 당시의 좋았던 기억들이 더 많이 떠오른다.

‘긍정적 기억’은 해당 제품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 연결된다. 많은 마케터들이 노스탤지어 마케팅을 시도하는 이유이다.

포켓몬빵도 마찬가지이다. 사례에 소개된 바와 같이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포켓몬빵을 좋아하던 초중고생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다. 이들 모두에게 포켓몬빵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성인이 된 MZ 세대에게 초중고 시절은 취업, 결혼, 사회 생활 걱정 없던 순수한 시절이었다. 그들이 포켓몬빵을 떠올릴 때 과거의 행복했던 순간이 소환되고, 이것이 다시 포켓몬빵에 대한 긍정적 태도로 연결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외롭다고 느끼거나 혹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을 때 과거를 더욱 긍정적으로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즉 과거의 긍정적인 추억을 떠올리는 것은 현재의 불안을 극복하고 이에 대항하고자 노력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때문에 최근 취업난, 코로나 등으로 지친 MZ세대에게 포켓몬빵은 좋은 자극이 되었던 것 같다. 포켓몬빵이 잠시나마 현재의 불안에서 벗어나 과거의 긍정적인 추억에 빠지는 경험을 제공했다.

물론 띠부씰 스티커에 열광적 반응을 보인 현재의 초등학생들도 포켓몬빵 인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이에 공감하는 전 세대의 추억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마케터들은 식음료 제품과 같은 저관여 제품에서 이와 같은 추억 마케팅이 자주 소환된다는 점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저관여 제품의 경우 제품의 주변적 단서, 추억과 같은 기억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특징이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샤니가 포켓몬스터빵을 출시한 1999년 7월. 국내 제빵 시장에서는 브랜드빵(양산빵) 기업들과 베이커리 기업들(파리크라상, 크라운베이커리, 고려당, 신라명과 등)의 경쟁이 치열했다. 샤니를 비롯한 양산빵 기업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돌파구로 캐릭터빵을 선택했다. 그 해 3월 삼립이 ‘국찐이빵’을, 4월 샤니가 ‘찬호빵’을 선보였다. 내친김에 샤니는 포켓몬스터빵까지 출시했다. 전세계적으로 포켓몬 열풍이 불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포켓몬 라이선스 사업이 시도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샤니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추진했다.”

2000년 당시 샤니 마케팅 담당자가 포켓몬스터빵의 마케팅 전략을 한 잡지에 기고한 내용이다. 이 담당자는 “현재 포켓몬스터빵이 일 평균 130만봉 팔리고 월 평균 매출 100억원을 유지하고 있으며, 680만명의 소비자가 주 1회 이상 구입하고 있다”고 포켓몬스터빵의 인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케팅을 위해 아이들에게 ‘재미요소’를 줄 수 있게 ‘피카츄의 피카피카콘빵’처럼 캐릭터 이름으로 제품명을 지었고, 포장지내에 ‘띠부띠부씰’(띠고 부치고 띠고 부치는 씰)을 넣어 ‘재미요소’와 ‘수집요소’를 부여했다”고 소개했다.

시간이 흘러 2016년. 이번에는 포켓몬고 열풍이 불었다. 포켓몬을 이용해 만든 모바일 증강현실 게임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은 원래 1996년 일본에서 출시된 게임이다. 가상의 몬스터를 포획하여 수집하고, 포획한 몬스터를 진화시켜 모험을 하는 방식이었다.

포켓몬고가 워낙 인기를 모으다 보니 학계에서도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여러 연구가 포켓몬고의 성공 요인으로 원천콘텐츠인 포켓몬의 높은 인기와, 증강현실 및 위치기반 서비스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된 점을 꼽았다.

다른 연구는 ‘재미’와 ‘성취감’이 포켓몬고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포켓몬고에 등장하는 수백종에 달하는 수많은 포켓몬의 스토리가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게임을 하면서 경험치가 축적돼 레벨이 올라갈 때, 포켓몬을 포획할 때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성공의 배경으로 풀이됐다.

‘재미’와 ‘성취감’은 올해 다시 선보인 포켓몬빵이 빅히트를 친 배경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돌아온 포켓몬빵’에서 다시 재미를 느끼고 띠부씰을 수집하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다. 포켓몬빵은 게임의 방식을 적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유발하고 몰입도를 높이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의 전형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현상은 MZ세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포켓몬빵처럼 세대를 아울러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하게 해 줄 수 있는 제품이 또 무엇이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재미’라는 요소를 핵심가치로 부가할 지를 마케터들은 늘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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