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의류재고, 폭탄 터질라"…패션업계 '주문 후 제작'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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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에 스포츠웨어 수요 줄고
인플레까지 겹쳐 의류판매 저조
휠라 47%↑…재고자산 불어나
중소 브랜드 등 주문 후 생산 도입
삼성물산·한섬도 '재고 감량' 집중
소량 생산 후 잘 팔리면 추가 제작
인플레까지 겹쳐 의류판매 저조
휠라 47%↑…재고자산 불어나
중소 브랜드 등 주문 후 생산 도입
삼성물산·한섬도 '재고 감량' 집중
소량 생산 후 잘 팔리면 추가 제작
![사진=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99.30338841.1.jpg)
늘어나는 재고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패션기업의 1분기 재고자산 증가율은 지난해 분기 평균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휠라홀딩스의 재고자산은 작년 1분기 말 5877억원에서 올 1분기 말 8654억원으로 47.2% 증가했다.!["넘치는 의류재고, 폭탄 터질라"…패션업계 '주문 후 제작' 실험](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AA.30336149.1.jpg)
이런 증가 속도는 스포츠웨어가 큰 인기를 끌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던 지난해에 비해 훨씬 빨라진 것이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분기 평균 재고자산 증가율이 5.7%에 불과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패션기업들이 생산을 대폭 확대한 골프웨어나 아웃도어 등 스포츠 관련 의류 쪽에서 재고자산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패션업계는 재고가 증가하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의류는 철이 지나면 판매가 어려워 자산 가치가 빠르게 하락한다. 정상 판매가격에 팔리지 않은 의류는 아울렛으로 자리를 옮겨 할인 판매되는데, 이마저도 안 팔리면 ‘땡처리’ 세일에 들어가거나 폐기된다.
‘무재고 실험’ 나선 패션사들
이에 따라 무재고 시스템을 실험하는 패션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주문 후 제작 방식을 적용한 두두에프앤엘의 아동복 브랜드 ‘리미떼두두’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3개월에 한 번씩 주문을 받아 일괄 제작한 뒤 배송한다. 주문 후 상품을 받기까지 3~4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캠핑 브랜드 ‘슬로우피크’는 재고 소진 시 별도의 공지 없이 판매를 중단한다. 텐트 재고가 없어 1~2개월 기다리는 건 예삿일이다. 중소 패션 브랜드들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자금을 수혈해 정해진 수량만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제품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모은 뒤 일정 수량을 생산하고 발송하는 방식이다.
재고 관리 중요성 더 커져
엔데믹으로 생활 패턴이 크게 변화하는 만큼 패션업계에서 재고 관리의 중요성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미국 2위 유통기업 타깃은 1분기 재고자산이 지난해 동기 대비 43% 증가해 주가가 실적발표 당일 25% 하락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하는 수요에 미리 비축해뒀던 홈웨어와 가구 등이 ‘땡처리’ 상품으로 전락해서다. 의류 브랜드 ‘갭’도 지난해 생산해 놓은 레깅스 등 애슬레저 의류를 덤핑 세일하고 있다.
매출 규모가 커 무재고 실험이 어려운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판매량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고 재고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물산,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은 의류를 1차로 소량 생산한 뒤 반응을 보고 추가 생산하는 ‘탄력생산’ 방식을 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기세일이 시작하는 6월 말께에는 재고 처리가 시급한 이월 상품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