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조각공원·덕수궁 정원서 대규모 개인전
대표작 74점 선보여…"2011년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
연잎으로 뒤덮인 덕수궁 연못에 커다란 금색 구슬들이 연결된 꽃이 피어났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에 있는 노송의 굵은 가지에는 금색 구슬 목걸이가 걸렸다.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58)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정원과 정원'의 전시 공간을 덕수궁 정원까지 확장했다.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하며 풍부한 의미를 엮는 오토니엘의 이번 개인전은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지난해 파리 프티 팔레에서 개최한 전시보다 규모가 크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구성한 주요 작품 74점을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과 야외조각공원, 덕수궁 정원 등 3곳에 전시하며 작가가 지난 10년간 발전시킨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인 '정원과 정원'은 여러 곳의 전시 장소를 지칭하는 것을 넘어서 예술로 다시 보게 되는 장소의 의미, 관객의 마음에 갖게 되는 정원을 포괄한다고 미술관은 설명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는 먼저 덕수궁을 관람하고, 조각공원을 거쳐 실내 전시실로 이동하는 순서를 추천했다.

오토니엘은 자연과 서사, 상징이 어우러진 한국의 고궁과 정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원했으며 덕수궁의 연못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이 연못에 고행과 깨달음의 상징으로 스테인리스스틸 구슬 위에 손으로 금박을 입힌 '황금 연꽃'을 설치했다.

나무에 걸린 '황금 목걸이'는 염원을 상징한다.

'위시 트리'(wish tree)처럼 영험한 나무에 소원을 비는 인류의 오랜 풍습을 떠올리게 한다.

황금 목걸이는 조각공원의 나무에도 걸려 덕수궁과 미술관을 이어준다.

미술관 1층 전시장에는 바닥에 설치된 '푸른 강'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푸른색 유리 벽돌 7천500여 장으로 구성된 이 설치작품은 멀리서 보면 그저 황홀한 빛만 발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기포와 불순물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의 현실적 취약함과 꿈의 상처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푸른 강' 위로는 천장에 매달린 작가 고유의 매듭 연작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3차원 공간에서 풀어지지 않은 채 무한 변형을 거듭할 수 있는 매듭을 일컫는 수학 용어인 '와일드 노트'를 표현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서로를 비추고 관계하며 무한한 변형을 거듭하는 상징으로 매듭 연작을 선보여 왔다.

벽돌 모양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건축적 공간을 만든 작품 '아고라'에는 관객이 들어가서 쉬어도 된다.

2천750개 조각이 움막 형태로 쌓인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각자의 내면에 방치된 꿈과 상상의 세계를 되찾는 묵상과 대화의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시립미술관 백지숙 관장은 "팬데믹으로 지친 관람객에게 작품과 관람객, 전시 장소가 상호 관계를 맺고 공명하는 이색적인 전시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7일까지 진행하며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