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통화정책 회의를 소집해 부채 비중이 높은 회원국을 위한 대책 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일부 회원국의 채무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ECB는 15일 예정에 없던 긴급통화정책 회의를 연 뒤 성명을 통해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의 상환금을 탄력적으로 재투자하고 (유럽 금융시장의) 분열을 막기 위한 방법을 빠르게 설계해달라고 팀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ECB가 오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추가 인상한다고 예고한 뒤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8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대로 치솟자 소집됐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가뜩이나 재정건전성이 낮은 이탈리아의 차입 비용이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면서 2010년 유럽 재정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잭 앨런레이놀즈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담당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이번 ECB 조치에 대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그는 “탄력적인 PEPP 재투자를 통해 정책당국자들이 시간을 벌 수 있을 정도”라며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