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75bp 올리자 환호…불안한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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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날이었습니다. 15일(미 동부 시간) 투자자들이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를 기다리는 새벽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정에 없던 긴급회의를 열었습니다. 이탈리아 등 부채가 많은 회원국의 국채금리 급등에 대응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발표한 것입니다. 기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에서 만기를 맞은 채권을 재투자할 때 유연성을 높이고(이탈리아 채권을 더 산다?), 국가 간 금융 분절화(fragmentation)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시장 지원 도구를 마련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주 오는 7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국가부채비율이 높은 국가들의 금리가 폭등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4%까지 올랐고,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금리 차이)는 242bp(1bp=0.01%포인트)에 달해 2012년 재정위기가 재발할 것이란 우려를 자아냈죠.
이날 발표로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4% 아래로 하락했고, 유로화 가치도 올랐습니다. 유로존 국채금리가 크게 하락하자 미국의 국채금리도 동반 하락했습니다. 전날 연 3.480%에 거래를 마쳤던 미 국채 10년물은 3.358%까지 내리기도 했습니다. ING는 "242bp까지 치솟았던 이탈리아 국채 스프레드가 조만간 다시 그 수준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오늘 ECB 발표로 좀 줄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사실 모순적 결정이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킷 주커스 매크로 전략가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하면서 채권 시장의 안정성도 목표로 하는가"라고 비판했지만,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에 모자라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결정은 채권 시장에 단비를 뿌렸습니다.
금리가 오랜만에 큰 폭 하락하자, 뉴욕 증시는 아침 9시 30분 0.6~1.1% 수준의 상승세로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개장 전 발표된 5월 소매판매 데이터는 전월보다 0.3% 줄어 월가 예상(1.0% 증가)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4월 소매판매도 기존 0.9% 증가가 0.7% 증가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가격 폭등으로 증가한 휘발유(+4.0%) 식음료(+1.2%) 등을 빼면 가구, 가전제품, 온라인 소비 등 대부분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소매판매는 1.2% 감소했고 휘발유도 0.1%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 주택시장지수는 67로 2년 내 최저를 기록했고,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도 -1.2로 전달(-11.6)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소매판매는 모든 수치에서 기대치를 하회했다. 세부 품목을 보면 식품 가스 등 생활필수품은 증가했지만, 재량소비재 구매는 줄였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경제성장률(GDP)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모두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기존 0.88%에서 0%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도 하지만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키웠고 오후 2시를 앞두고는 1%대 중후반대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둔화는 Fed가 원하는 것"이라며 "침체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시장엔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2시 FOMC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준금리 75bp 인상
기준금리를 75bp 올려 1.5~1.75%로 인상했습니다.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11명의 FOMC 위원 가운데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50bp 인상'에 찬성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50bp를 올리겠다고 했던 가이던스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겠지요. ② 최종금리는 3.8% 점도표를 보면 기준금리 전망치는 올해 말 3.4%로 예상됐습니다. 올해 남은 네 번의 FOMC에서 추가로 175bp 더 올린다는 뜻입니다. 75bp-50bp-25bp-25bp 올릴지 50bp-50bp-50bp-25bp 인상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또 2023년 3.8%, 2024년에는 3.4%로 전망했습니다. 최종금리 3.8%는 시장이 예상하던 4.0%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 것이죠. 3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1.9%, 2023년 2.8%, 2024년 2.8%였습니다.
③ 실업률 4.1%, 성장률 1.9% 경제전망(SEP)에서 실업률은 2022년 말 3.7%(기존 3.5%)에서 2024년 4.1%(기존 3.6%)로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성장률은 올해 1.7%(기존 2.8%)와 내년 1.7%(2.2%)에서 2024년에는 1.9%(2.0%)로 높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올해 4.3%(기존 4.1%)에서 2024년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관련 비판적 지적도 나왔습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의 전망은 베스트 케이스를 상정하고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올라가면 미국 경제는 침체를 맞았었다. 그런데 경제전망을 보면 실업률과 함께 2024년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건 이뤄질 수 없는 낙관적 전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양적 긴축(QT) 경로 유지
자산을 6~8월 월 최대 475억 달러 감축한 뒤 9월부터 월 950억 달러 규모로 높이는 기존 경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기준금리를 75bp 올린다면 QT 상한도 높일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소해준 것이죠.
⑤ 물가 2% 목표 유지
성명서에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히 노력하고 있다"라는 문구를 새로 삽입했습니다. 75bp 인상과 함께 물가를 낮추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됐습니다. 성명서 발표 직후 채권 금리는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주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성명서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 세 번의 FOMC 회의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도중 급등하면서 마무리됐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30분간 파월 의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파월 의장이 75bp 인상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큰 움직임이고 이 정도 규모의 움직임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는 50bp 또은 75bp 인상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 뒤 거짓말처럼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 S&P500 지수는 1.46% 올랐고 나스닥은 2.5%나 상승했습니다. 파월의 주요 발언을 정리합니다.
① 왜 75bp 올렸나
"인플레이션이 상방으로 놀랍게 뛰었다. 6월 미시간대 조사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매우 눈길을 끌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우리는 그것을 2%에 고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② 다음에도 75bp 올리나
"이런 규모의 상승은 비정상적으로 큰 것이고, 이 정도의 움직임이 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인상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금리 변화의 속도는 계속해서 향후 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③ Fed는 침체 유도하나
“우리는 지금 경기 침체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분명히 하자. 우리는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④ 연착륙 가능한가
"경기 침체의 징조는 없다. 여전히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식품, 비료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러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경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강한 위치에 있고 더 높은 금리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것처럼) 실업률이 4.1%이고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면 성공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⑤ 인플레이션 잡을 수 있나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두고와 결의를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승한 유가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인들이 그것이 가능할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
⑥ QT는 그대로 유지하나
"QT는 기존에 정해진 대로 시행한다. 지금 상당한 양의 줄이는 과정에 있다."
파월의 발언에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다음 회의에서 75bp 혹은 100bp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50bp나 75bp를 올리겠다고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75bp 인상은 드물 것이라고 시사했다는 것이죠. 그 발언이 끝나자마자 주가는 상승했고, 국채 금리는 하락했으며 달러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0bp나 급락해 3.222%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도 19.2bp 떨어진 3.289%를 기록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Fed가 다음 달 회의에서 50bp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매뉴라이프의 에릭 테오렛 전략가는 "이번이 딱 한 번의 75bp 인상이라는 생각은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두려워했던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 7월 연속 75bp 인상을 예상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도 "점도표를 보면 7월 75bp, 9월 50bp, 11월 25bp, 12월 25bp 인상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들 강력한 긴축에 따라 침체를 우려했는데, 경제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파월 의장도 여전히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여러 번 밝힌 게 투자자 심리에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최종금리가 시장 예상인 4%보다 약간 낮은 3.8%로 제시된 점도 긍정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드디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물가를 다스리려고 나섰다는 점도 꼽힙니다. Fed에 대한 신뢰가 일부 회복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알리안츠 투자운용의 찰리 리플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오늘 발표는 인플레이션에 더욱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Fed의 약속을 확인시켜준다”라면서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는 한동안 인플레이션 이야기와 맞지 않았고 Fed의 공격적 인상은 당분간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이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공격적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게 시장을 안심시켰다"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시장 안정은 Fed가 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라며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였다면 금리를 인상할 때 수익률 곡선은 더 평평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세 번의 FOMC 당시 파월의 기자회견 도중 큰 폭으로 상승했던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오래 동안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사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에 큰 폭으로 올랐다가 이후 6주 뒤 다음 FOMC가 열릴 때까지 그 사이에 새로운 저점까지 떨어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시장은 FOMC가 끝난 뒤 며칠 동안 소화하는 기간을 거칩니다. 웰스파고는 "FOMC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금리 하락, 달러 약세, 주가 강세였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보면 비둘기파적이라고 보기에는 회의적"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경우 적어도 한 번 이상은 75bp 인상이 테이블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현재의 반등이 2~3일 유지될 수는 있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다시 뒤집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2V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세르 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OMC 회의 사전에 누출된 정보로 인해 가격이 책정된 것과 '비둘기파'적인 것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반등은 미리 가격이 매겨졌었기 때문이지 회의가 비둘기파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과매도 됐던 상황이 조정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제성 CIO도 "파월 의장이 말을 하면 주식은 랠리 한다. 하지만 랠리는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3900선까지는 오르는 게 가능할 것 같지만, 여전히 하락 국면에 있다. 여전히 내림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고 경제활동이 강해서 Fed의 금리 인상이 이어져 금년말 정책금리는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말 4% 부근까지 금리를 올리면 상당한 경기 둔화를 보게 되어 금리 인하를 준비해야 할 텐데 얼마나 빨리 금리 인상을 중단할 지가 지금으로선 핵심 질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사실 모순적 결정이었습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킷 주커스 매크로 전략가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하면서 채권 시장의 안정성도 목표로 하는가"라고 비판했지만, 얼어붙었던 채권 시장에 모자라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결정은 채권 시장에 단비를 뿌렸습니다.
금리가 오랜만에 큰 폭 하락하자, 뉴욕 증시는 아침 9시 30분 0.6~1.1% 수준의 상승세로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개장 전 발표된 5월 소매판매 데이터는 전월보다 0.3% 줄어 월가 예상(1.0% 증가)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4월 소매판매도 기존 0.9% 증가가 0.7% 증가로 하향 조정됐습니다. 가격 폭등으로 증가한 휘발유(+4.0%) 식음료(+1.2%) 등을 빼면 가구, 가전제품, 온라인 소비 등 대부분 감소했습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한 실질 소매판매는 1.2% 감소했고 휘발유도 0.1%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 주택시장지수는 67로 2년 내 최저를 기록했고, 뉴욕 연방은행이 발표하는 엠파이어 제조업 지수도 -1.2로 전달(-11.6)보다는 개선됐지만, 여전히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모건스탠리의 엘런 젠트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소매판매는 모든 수치에서 기대치를 하회했다. 세부 품목을 보면 식품 가스 등 생활필수품은 증가했지만, 재량소비재 구매는 줄였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경제성장률(GDP)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를 모두 낮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나우는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기존 0.88%에서 0%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런데도 하지만 주요 지수는 상승 폭을 키웠고 오후 2시를 앞두고는 1%대 중후반대 상승세를 지켰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경기 둔화는 Fed가 원하는 것"이라며 "침체가 임박했음을 암시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시장엔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2시 FOMC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기준금리 75bp 인상
기준금리를 75bp 올려 1.5~1.75%로 인상했습니다. 1994년 이후 처음입니다. 11명의 FOMC 위원 가운데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50bp 인상'에 찬성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50bp를 올리겠다고 했던 가이던스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 것이겠지요. ② 최종금리는 3.8% 점도표를 보면 기준금리 전망치는 올해 말 3.4%로 예상됐습니다. 올해 남은 네 번의 FOMC에서 추가로 175bp 더 올린다는 뜻입니다. 75bp-50bp-25bp-25bp 올릴지 50bp-50bp-50bp-25bp 인상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또 2023년 3.8%, 2024년에는 3.4%로 전망했습니다. 최종금리 3.8%는 시장이 예상하던 4.0%보다 낮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본 것이죠. 3월 점도표에서는 올해 1.9%, 2023년 2.8%, 2024년 2.8%였습니다.
③ 실업률 4.1%, 성장률 1.9% 경제전망(SEP)에서 실업률은 2022년 말 3.7%(기존 3.5%)에서 2024년 4.1%(기존 3.6%)로 상승할 것으로 봤습니다. 성장률은 올해 1.7%(기존 2.8%)와 내년 1.7%(2.2%)에서 2024년에는 1.9%(2.0%)로 높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기준 올해 4.3%(기존 4.1%)에서 2024년 2.3%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와 관련 비판적 지적도 나왔습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의 전망은 베스트 케이스를 상정하고 보여준 것이다. 이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올라가면 미국 경제는 침체를 맞았었다. 그런데 경제전망을 보면 실업률과 함께 2024년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건 이뤄질 수 없는 낙관적 전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④ 양적 긴축(QT) 경로 유지
자산을 6~8월 월 최대 475억 달러 감축한 뒤 9월부터 월 950억 달러 규모로 높이는 기존 경로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월가에서는 기준금리를 75bp 올린다면 QT 상한도 높일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습니다. 이를 해소해준 것이죠.
⑤ 물가 2% 목표 유지
성명서에 "위원회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히 노력하고 있다"라는 문구를 새로 삽입했습니다. 75bp 인상과 함께 물가를 낮추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됐습니다. 성명서 발표 직후 채권 금리는 별 변화가 없었습니다. 주가는 소폭 하락했습니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마이너스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성명서 발표 직후 주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 세 번의 FOMC 회의와 비슷했습니다. 그리고 세 번 모두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도중 급등하면서 마무리됐었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30분간 파월 의장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파월 의장이 75bp 인상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큰 움직임이고 이 정도 규모의 움직임은 흔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회의에서는 50bp 또은 75bp 인상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한 뒤 거짓말처럼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1%, S&P500 지수는 1.46% 올랐고 나스닥은 2.5%나 상승했습니다. 파월의 주요 발언을 정리합니다.
① 왜 75bp 올렸나
"인플레이션이 상방으로 놀랍게 뛰었다. 6월 미시간대 조사에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매우 눈길을 끌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우리는 그것을 2%에 고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회의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② 다음에도 75bp 올리나
"이런 규모의 상승은 비정상적으로 큰 것이고, 이 정도의 움직임이 흔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회의에서 50bp 또는 75bp 인상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다. 다만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금리 변화의 속도는 계속해서 향후 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③ Fed는 침체 유도하나
“우리는 지금 경기 침체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에 대해 분명히 하자. 우리는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면서 2%의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하려는 것이다."
④ 연착륙 가능한가
"경기 침체의 징조는 없다. 여전히 연착륙으로 가는 길이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식품, 비료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이러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인해 이러한 경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경제는 강한 위치에 있고 더 높은 금리에 대처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것처럼) 실업률이 4.1%이고 인플레이션이 2%로 향하고 있다면 성공적 결과라고 생각한다.”
⑤ 인플레이션 잡을 수 있나
"물가 안정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두고와 결의를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상승한 유가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요인들이 그것이 가능할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
⑥ QT는 그대로 유지하나
"QT는 기존에 정해진 대로 시행한다. 지금 상당한 양의 줄이는 과정에 있다."
파월의 발언에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다음 회의에서 75bp 혹은 100bp를 인상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50bp나 75bp를 올리겠다고 제시했다는 것입니다. 75bp 인상은 드물 것이라고 시사했다는 것이죠. 그 발언이 끝나자마자 주가는 상승했고, 국채 금리는 하락했으며 달러 가치도 떨어졌습니다. 이날 오후 5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0bp나 급락해 3.222%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도 19.2bp 떨어진 3.289%를 기록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Fed가 다음 달 회의에서 50bp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매뉴라이프의 에릭 테오렛 전략가는 "이번이 딱 한 번의 75bp 인상이라는 생각은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두려워했던 시장에 안도감을 제공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6, 7월 연속 75bp 인상을 예상했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도 "점도표를 보면 7월 75bp, 9월 50bp, 11월 25bp, 12월 25bp 인상을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다들 강력한 긴축에 따라 침체를 우려했는데, 경제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파월 의장도 여전히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여러 번 밝힌 게 투자자 심리에 긍정적이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최종금리가 시장 예상인 4%보다 약간 낮은 3.8%로 제시된 점도 긍정적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드디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물가를 다스리려고 나섰다는 점도 꼽힙니다. Fed에 대한 신뢰가 일부 회복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알리안츠 투자운용의 찰리 리플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오늘 발표는 인플레이션에 더욱 적극적으로 맞서겠다는 Fed의 약속을 확인시켜준다”라면서 "전반적으로 기준금리는 한동안 인플레이션 이야기와 맞지 않았고 Fed의 공격적 인상은 당분간 시장을 진정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생명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파월이 시장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공격적 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게 시장을 안심시켰다"라고 말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시장 안정은 Fed가 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라며 "Fed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않은 경우였다면 금리를 인상할 때 수익률 곡선은 더 평평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세 번의 FOMC 당시 파월의 기자회견 도중 큰 폭으로 상승했던 뉴욕 증시는 상승세를 오래 동안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게리 콘 전 골드만삭스 사장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올해 들어 뉴욕 증시는 파월 의장 발언에 큰 폭으로 올랐다가 이후 6주 뒤 다음 FOMC가 열릴 때까지 그 사이에 새로운 저점까지 떨어졌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시장은 FOMC가 끝난 뒤 며칠 동안 소화하는 기간을 거칩니다. 웰스파고는 "FOMC 발표 이후 시장 반응은 금리 하락, 달러 약세, 주가 강세였지만 지속성 측면에서 보면 비둘기파적이라고 보기에는 회의적"이라면서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경우 적어도 한 번 이상은 75bp 인상이 테이블 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는 "현재의 반등이 2~3일 유지될 수는 있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다시 뒤집힐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2V리서치의 데니스 드부세르 설립자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OMC 회의 사전에 누출된 정보로 인해 가격이 책정된 것과 '비둘기파'적인 것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 반등은 미리 가격이 매겨졌었기 때문이지 회의가 비둘기파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과매도 됐던 상황이 조정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제성 CIO도 "파월 의장이 말을 하면 주식은 랠리 한다. 하지만 랠리는 오래 지속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3900선까지는 오르는 게 가능할 것 같지만, 여전히 하락 국면에 있다. 여전히 내림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하고 경제활동이 강해서 Fed의 금리 인상이 이어져 금년말 정책금리는 4%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말 4% 부근까지 금리를 올리면 상당한 경기 둔화를 보게 되어 금리 인하를 준비해야 할 텐데 얼마나 빨리 금리 인상을 중단할 지가 지금으로선 핵심 질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