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 트럭(레미콘차)들이 콘크리트를 싣고 공장을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레미콘 공장에서 믹서 트럭(레미콘차)들이 콘크리트를 싣고 공장을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가 화물연대 파업의 후유증을 겪는 가운데 레미콘 운송 기사들과 철근콘크리트연합회의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이들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건설 현장에서는 셧다운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에 국내 건설 현장 곳곳의 골조 공사는 중단된 상태다. 파업이 풀리면서 시멘트 공장에서 시멘트 출하가 재개됐지만, 시멘트를 재료로 자갈·모래 등을 섞어 만드는 레미콘은 아직 공급이 원활치 않은 탓이다.

레미콘은 전용 운송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TC)로 전국 건설 현장에 공급되는데, 대거 멈추어 섰던 현장 수요를 한 번에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건설 현장에서 타설 작업을 할 때 정해진 물량의 콘크리트를 한 번에 부어야 한다는 점도 공급난의 이유 중 하나다.

건물의 안전성을 갖추려면 콘크리트가 부족하다고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는 대로 일부만 붓는 식으로 공사할 수 없다. 건설 현장에 충분한 물량의 레미콘이 확보된 다음 타설 공사가 이뤄질 수 있기에 업계에서는 공사 정상화에 일주일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주 레미콘 공급이 정상화해 골조 공사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건설사들의 표정은 어둡다.
레미콘 차량 운송 기사들의 모임인 레미콘운송노동조합과 철근콘크리트연합회가 내달 단체행동을 예고하고 있는 탓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내주 골조 공사가 재개되더라도 약 일주일 만에 다시 멈춰 공사 중단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량 차주 90% 이상이 속한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레미콘 회사들에 '운송료 27%'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내달 1일부터 운송 거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앞서 화물연대 파업으로 골조 공사가 멈춘 기간 건설사들이 창호 설치와 전기 설비 등 대체 공사를 진행했기에 재차 골조 공사가 멈추면 대체 공사도 없는 셧다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협력사들인 철근콘크리트연합회 서울·경기·인천지부도 하도급 대금 증액에 비협조적인 현장을 골라 내달 11일부터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총 83개 시공사 406개 현장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내달부터는 장마도 예정됐다. 기상청은 서울과 수도권 등 중부지방의 경우 평년 장마 기간을 6월 26일부터 7월 26일까지 31.5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 기간을 공사 기간에 미리 반영하지만, 장마철을 앞두고 골조 공사가 중단됐던 만큼 운송 중단과 작업 거부가 현실화하면 공사 기간을 맞추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장마철 이전에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하는데, 이미 약 2주의 차질이 발생했다"며 "지금까지는 공기에 큰 차질은 없지만, 운송 중단 등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