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삼성디스플레이 측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대표와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이 7년 만에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6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를 받은 A씨 등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사장 A씨는 2010년 3∼4차례에 걸쳐 삼성디스플레이 직원 B씨 등에게 LG의 OLED 기술인 '페이스실'(Face Seal) 관련 자료를 넘긴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등 삼성 직원들은 A씨를 통해 LG의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페이스실은 OLED 소자의 공기 접촉을 막아 디스플레이 수명을 늘리는 기술이다.

법정에서 A씨와 삼성 직원들은 "LG 측 협력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구매할지 검토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을 받고 관련 자료를 건네받은 것이고, 대외적으로 이뤄진 프레젠테이션이어서 기밀로 볼 수 없으며 구매 계약을 맺지 않아 경제적 이득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유출된 자료 가운데 일부가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를 띠고 있고 기밀로 관리됐던 점에 비춰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A씨와 삼성 직원들에게는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이 선고됐다.

반면 2심은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문제가 된 '페이스실 주요기술자료'(A씨 작성) 내용을 보면 수년 전부터 업계에 이미 알려진 기술이 포함되는 등 비공지성이나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충족한 LG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이 포함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실 주요기술 자료'는 A씨 회사 홍보자료로서 LG디스플레이가 영업비밀 원천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와 비교해 구체적인 내용이 생략된 정도로만 기재돼 있다는 점, A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 정보가 LG디스플레이와 일부 공동 개발한 기술 정보와 혼재돼 있어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도 참작됐다.
여의도 LG 사옥  [사진=뉴스1]
여의도 LG 사옥 [사진=뉴스1]
2심 재판부는 A씨가 만들어 건넨 자료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정보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지 않고 자료 속 내용을 LG 측이 영업비밀로 관리해왔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2017년 12월 2심 판결 이후 검찰 측이 상고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2018년 초 사건을 접수한 뒤 약 4년6개월동안 심리해온 대법원은 이날 원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페이스실 주요 기술 자료'에 대해 "회사 홍보자료로 LG디스플레이가 영업비밀 원천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와 비교해 구체적인 내용이 생략된 정도로만 기재돼 있다"며 "A씨가 독자 개발한 기술정보와, LG디스플레이와 공동개발한 일부 기술정보가 혼재돼있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수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알려진 페이스실 기술이나, LG디스플레이와 무관하게 A씨 운영 업체가 독자 개발한 페이스실 기술이 포함된 자료까지도 포함돼 있다"며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 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