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구찌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이 판매되는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안혜원 기자
이탈리아 명품 구찌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이 판매되는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안혜원 기자
지난 16일 서울 강남 신사동에 위치한 꼴라보하우스 도산 팝업스토어. 이탈리아 명품 구찌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콜라보레이션(협업)으로 내놓은 한정판 제품이 판매되는 이 곳은 생각보다 한산했습니다. 오픈런 대란이 예견됐지만 매장 상황은 차분한 편이었습니다.

이날 오후 1시반 꼴라보하우스를 찾았지만 대기 인원은 전혀 없었습니다. “기다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로 입장하세요.” 구찌 글씨와 아디다스 로고가 함께 그려진 옷을 입은 매장 직원이 입장을 안내했습니다.

매장 곳곳에는 구찌와 아디다스의 로고가 같이 새겨진 스포츠 의류와 모자, 두 브랜드의 로고가 동시에 새겨진 가방 등이 있었습니다. 아디다스를 대표하는 삼선이 새겨진 바지에 구찌 로고가 붙었고, 아디다스 로고가 새겨진 옷엔 구찌를 대표하는 초록·빨강이 장식됐습니다. 패션 마니아들 사이에서 ‘구찌다스’(구찌+아디다스)라 불리며 출시가 되기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큰 기대를 모으던 제품들입니다.

하지만 매장을 방문한 이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생각보다 비싸다는 평이 흘러나왔습니다. 온라인몰에서도 예상만큼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진 않는 듯합니다.
14일 오후 12시 판매를 개시했던 구찌와 아디다스 콜라보 제품인 가젤 스니커즈는 선착순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틀 후까지 완판되지 않고 모든 사이즈가 남아 있다. /안혜원 기자
14일 오후 12시 판매를 개시했던 구찌와 아디다스 콜라보 제품인 가젤 스니커즈는 선착순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틀 후까지 완판되지 않고 모든 사이즈가 남아 있다. /안혜원 기자
14일 오후 12시 판매 개시했던 대표 제품인 가젤 스니커즈는 선착순 판매를 시작했지만 이틀이 지난 이날까지도 완판되지 않고 모든 사이즈가 남아 있습니다. 많은 명품 협업 제품들이 출시와 동시에 단 몇 분만에 완판되는 분위기와는 달랐습니다. 선착순 판매지만 구찌 측에서는 판매 수량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판매율이 어느정도인지 문의했지만 “답변하기 어렵다”고만 했습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는 두 인기 브랜드의 콜라보인데 왜 대란은 없었을까요. 매장을 찾은 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이 곳을 찾았다는 대학생 강원진 씨(23)는 “값이 너무 비싸다”며 “구찌다스 컬렉션은 명품 구찌 가격에 디자인은 아디다스”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슷한 시간대에 매장을 찾은 최지호(29)도 “구찌 가격에 아디다스 제품을 사는 기분이 들어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통상 명품 업체와 대중적 캐주얼 브랜드 업체가 손 잡고 협업 상품을 내놓는 것은 보다 젊고 대중적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다 쉽고 편안하게 명품 소비를 시작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전략인 셈이죠.
구찌와 아디다스가 콜라보레이션으로 내놓은 제품들. /안혜원 기자
구찌와 아디다스가 콜라보레이션으로 내놓은 제품들. /안혜원 기자
앞서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프랑스 럭셔리 패션업체 ‘아미’가 스포츠 브랜드 ‘푸마’와 손잡고 내놓은 티셔츠, 후드티 등 제품들은 기존 아미 상품의 약 3분의 1 수준 가격이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 제품은 ‘아미푸마’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스위스 고급 시계업체 오메가가 캐주얼 시계 회사 스와치와 손을 잡고 내놓은 ‘문스와치’도 크게 인기몰이 했습니다. 오메가의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는 700만원대이지만, 이 콜라보 제품은 30만원대였기 때문입니다. 해당 시계 판매가 시작되는 날 서울 명동 매장 앞은 제품을 사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반면 구찌다스 가젤 스니커즈 가격은 112만원으로 기존 구찌 운동화 제품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구찌와 아디다스 로고가 함께 그려진 버킷 모자는 70만원대입니다. 맨투맨 티셔츠는 200만원을 호가하고 짧은 반바지 제품 가격도 240만원가량입니다. 옆으로 맬 수 있는 작은 가방은 450만원에 판매합니다. 구찌와 아디다스 콜라보 제품 가격대가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구찌와 아디다스가 콜라보레이션으로 내놓은 제품들. /안혜원 기자
구찌와 아디다스가 콜라보레이션으로 내놓은 제품들. /안혜원 기자
최근 명품이나 한정판 리셀 열풍이 한 풀 꺾였다는 점도 판매가 저조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최근 리셀 시장에서는 샤넬을 비롯한 대부분의 명품 중고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로 국내에서 어렵게 명품을 살 바에야 해외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리셀러들이 내놓는 물량까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에서 거래되는 샤넬의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 그레인드 카프스킨&실버 메탈 블랙’ 가격은 1127만원. 지난 1월 5일 1400만원에 거래되던 상품이 6개월새 300만원 가까이 떨어진 겁니다.

리셀러들 사이에서도 구찌다스 제품이 프리미엄(웃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습니다. 한정판 구매 돌풍의 한 축을 담당했던 리셀 수요가 빠지면서 전반적 판매도 줄어든 것입니다. 명품 협업 제품이 나올 때마다 오픈런을 해온 황모 씨(33)도 “구찌다스 제품은 애초에 값이 높은 편인 데다 리셀 수요도 많지 않다본다. 대부분 리셀업자들이 프리미엄이 붙기는 어렵다고 봐 구매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