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에너지값 급등…日 10개월째 무역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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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뛰는데
수출기업 '엔저 효과' 예전만 못해
엔화 가치 10% 더 떨어지면
올 성장률 0.05%P 하락 전망도
17일 일본銀 금융정책결정회의
'나홀로 돈풀기' 기조 바꿀지 주목
일본 재무성은 5월 무역수지가 2조3847억엔(약 22조8106억원) 적자를 나타냈다고 16일 잠정 발표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1979년 이후 두 번째로 큰 적자 규모다. 월간 기준 최대 적자는 2014년 1월 기록한 2조7951억엔이었다.
에너지값 급등·엔화 급락 악순환
![수입 에너지값 급등…日 10개월째 무역적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6/AA.30345932.1.jpg)
일본의 5월 에너지 수입 규모는 9조6367억엔으로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9% 늘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6078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증가했다. 반도체 부족으로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수출이 36.3% 감소했다.
일본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14개월째 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는 1603억엔으로 35.1%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일본의 무역적자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서 일본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17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것과 반대로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주요국 가운데 코로나19 충격에서 가장 더디게 회복하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했다. 올 1월 전망치보다 0.9%포인트 낮췄다. EU와 중국은 각각 2.8%와 4.4%로 모두 일본을 웃돈다.
득보다 실이 많은 엔저
주요국과의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가치는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1월 24일 113.48엔이던 달러당 엔화 가치는 15일 135.53엔으로 2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6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19.4% 떨어졌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이다.그런데도 구로다 히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는 일본 경제 전체로 봐서는 플러스”라는 발언을 반복했다. 엔저로 인한 손실보다 수출 대기업의 실적 개선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4월 수입물가가 사상 최대폭인 44.6% 오르면서 엔저로 인한 손실 규모가 이익보다 커지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의 여파로 4월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1%로 치솟았다.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었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자 4월 실질 임금은 1.2% 감소했다.
중소기업이 주회원사인 일본경제동우회가 6월 회원 기업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엔저가 일본 경제에 마이너스’라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엔화 약세는 일본 경제에 이익이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1분기 116.2엔이었던 엔화 가치가 10% 더 떨어질 경우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0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달 10일 국회(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로서는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13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급격한 엔저는 기업의 사업 계획 수립을 어렵게 하는 등 경제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엔저는 일본 경제 전체에 플러스”라던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일본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이 17일 회의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엔화 가치가 140엔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