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주가치 외면한 BTS 소속사 '하이브'
“주주 한 분 한 분의 가치 제고를 위해 투명성과 수익성, 성장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노력하겠다.”

세계적 팝스타로 우뚝 선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창업한 방시혁 의장이 2020년 10월 회사 상장 기념식에서 남긴 말이다. 하지만 상장 당시부터 하이브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BTS의 활동에 따라 주가가 좌지우지되는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BTS가 하이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90%에 달한다. 그럼에도 ‘개미’들은 방 의장의 주주 가치 제고 약속을 믿고 하이브 주식을 샀다. 하이브에 투자한 소액주주만 올 1분기 말 기준 15만6685명이다.

지난 15일 ‘아미’(BTS 팬클럽)뿐 아니라 하이브 주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전날 BTS가 출연한 유튜브를 통해서다. BTS 멤버들은 회식 자리 형태를 빌려 “단체 활동을 중단하고 개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상에선 “랩을 번안하는 기계가 됐다”는 식의 발언도 나왔다. BTS 멤버들이 군 입대를 앞뒀기 때문인지, 단체 활동에 따른 피로감 탓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팬들 사이에서 나왔다.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24.87%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기준 2조원 가까운 돈이 날아갔다. 개미들은 분노했다. BTS의 활동 중단 같은 중요한 발표를 왜 이런 식으로 밝히면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느냐는 토로가 터져 나왔다.

BTS의 활동 중단 사실을 미리 안 주주들이 먼저 주식을 팔아치운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하이브 주가는 이달 10일부터 영상 공개 전인 14일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13일엔 주가가 10% 넘게 빠졌다. 별다른 악재 없이 하루에 10% 넘게 폭락하는 건 이례적이다. BTS 영상이 공개되기 전 누군가 사전에 정보를 알고 주식을 내다 판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진 이유다. 해당 영상 촬영일은 공개 날짜보다 한 참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들의 분노가 커지자 다음날 BTS 멤버인 정국은 개인 방송을 통해 “단체 활동 중단은 아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번 미끄러진 주가는 회복하지 못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하이브는 단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아직도 입을 닫고 있다.

하이브는 상장사다. 개미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하이브에 투자한 돈만 현 주가 기준으로 4000억원이 넘는다. 당연히 주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최소한 주주들과 제대로 된 소통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방 의장이 강조한 바로 그 ‘한 분 한 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