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샷은 쉽게, 그린주변은 어렵게"…'잭 니클라우스 철학' 담긴 마의 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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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시그니처 홀 (2)
가평 베네스트GC 버치코스 3번홀
이건희 "제2 안양CC 만들자"
페어웨이는 넓고 평탄한 대신
벙커 함정…홀 주변 난도 높여
250만원에 사온 '황진이 소나무'
머리감는 여인 닮은 모습 '명물'
20억원 넘는 '황제 회원권'
최근 2년 회원권 손바뀜 없지만
"23억 이스트밸리와 비슷할 것"
가평 베네스트GC 버치코스 3번홀
이건희 "제2 안양CC 만들자"
페어웨이는 넓고 평탄한 대신
벙커 함정…홀 주변 난도 높여
250만원에 사온 '황진이 소나무'
머리감는 여인 닮은 모습 '명물'
20억원 넘는 '황제 회원권'
최근 2년 회원권 손바뀜 없지만
"23억 이스트밸리와 비슷할 것"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멋진 경치와 폭신한 페어웨이만으로도 그린피가 아깝지 않은 골프장”이라더니,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개주산과 서리산, 주금산, 대금산 등 4개의 큼지막한 산에 포위됐는데도 어떻게 이처럼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버치코스 3번홀(파4)은 이런 가평베네스트GC의 27개 홀 가운데 으뜸인 ‘시그니처 홀’이다. 이 홀이 가평베네스트GC의 ‘얼굴’이 된 건 보자마자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절경을 갖춰서가 아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홀 같지만, 천천히 음미하면 물과 잔디, 소나무, 모래가 어우러진 한장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담백한 아름다움이 버치 3번홀을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명품 홀’ 반열에 올렸다”(류재용 가평베네스트GC 지배인)는 설명이다.
다시 카트를 타고 레드티로 갔다. 화이트티에서 홀까지는 366m, 레드티는 311m다. 티샷은 140m 정도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대략 170m. 최대한 그린 가까이 보내기 위해 드라이버 다음 긴 채(4번 우드)를 꺼냈다. 아뿔싸.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
채 끝에 맞은 공은 몇 번 구르더니 오른쪽 물가에 홀로 서 있는 ‘황진이 소나무’ 근처에서 멈췄다. 지금은 “황진이가 길게 떨어뜨린 머리를 감는 모습”이란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고 한다. 평범한 소나무였는데, 어느 순간 가지 하나가 아래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2000년 삼성이 강원도 고속도로 관리공단으로부터 이 소나무를 사들일 때 건넨 돈은 250만원이었다. 지금은 수억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지배인은 “큰비 예보가 있으면 코스팀이 여기로 제일 먼저 달려온다”고 했다.
같은 채로 친 세 번째 샷은 100m 앞에 떨어졌고, 56도 웨지로 네 번째 만에 그린에 올렸다.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티샷은 편안하게, 그린 주변은 어렵게”란 자신의 코스 설계 철학을 여기에 적용했다지만, ‘미스샷’과 ‘짧은 샷 거리’ 탓에 설계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버치·메이플 코스 18홀은 니클라우스가 설계했고, 파인코스 9홀은 임상하의 코스 레이아웃에 니클라우스의 철학을 담아 니클라우스 인증을 받았다.
그린은 빠른 데다(스팀프미터 기준 3.1) 미세하게 휘었다. 3퍼트, 트리플 보기. 류 지배인은 “웬만한 싱글 골퍼도 파를 낚기 쉽지 않은 핸디캡 2번홀”이라며 “지금까지 이 홀에서 이글을 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널찍한 페어웨이에 최고의 잔디 상태, 친절한 캐디, 여기에 삼성의 세심한 관리가 더해지면서 가평베네스트GC의 회원권은 모두가 인정하는 ‘황제 회원권’이 됐다. 전체 회원권 400개 중 90%는 삼성 계열사 등이 보유해 시중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매매할 수 있는 회원권은 30여 개뿐인데 2020년 이후 손바뀜이 없었다.
회원 수와 시설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경기 광주 이스트밸리CC 회원권 가격이 올초 23억4000만원을 찍은 만큼 가평베네스트GC 회원권이 매물로 나오면 2008년 기록(19억3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그린피(휴일 기준)는 회원 5만원, 가족 회원 17만원, 비회원 27만원이다. 캐디피는 13만원.
가평=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버치코스 3번홀(파4)은 이런 가평베네스트GC의 27개 홀 가운데 으뜸인 ‘시그니처 홀’이다. 이 홀이 가평베네스트GC의 ‘얼굴’이 된 건 보자마자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절경을 갖춰서가 아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홀 같지만, 천천히 음미하면 물과 잔디, 소나무, 모래가 어우러진 한장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런 “담백한 아름다움이 버치 3번홀을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명품 홀’ 반열에 올렸다”(류재용 가평베네스트GC 지배인)는 설명이다.
○황진이 소나무의 유혹
류 지배인은 블루티 앞에서 카트를 세웠다. 여기서 봐야 3번홀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고 했다. 탁 트인 페어웨이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호수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땅콩 모양의 그린이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반도 지도 모양이다. 티잉 구역은 제주도, 그린은 백두산쯤 된다.다시 카트를 타고 레드티로 갔다. 화이트티에서 홀까지는 366m, 레드티는 311m다. 티샷은 140m 정도 날아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대략 170m. 최대한 그린 가까이 보내기 위해 드라이버 다음 긴 채(4번 우드)를 꺼냈다. 아뿔싸. 세게 쳐야 한다는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
채 끝에 맞은 공은 몇 번 구르더니 오른쪽 물가에 홀로 서 있는 ‘황진이 소나무’ 근처에서 멈췄다. 지금은 “황진이가 길게 떨어뜨린 머리를 감는 모습”이란 설명을 들으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만, 30년 전만 해도 이런 모양이 아니었다고 한다. 평범한 소나무였는데, 어느 순간 가지 하나가 아래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2000년 삼성이 강원도 고속도로 관리공단으로부터 이 소나무를 사들일 때 건넨 돈은 250만원이었다. 지금은 수억원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한 몸’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지배인은 “큰비 예보가 있으면 코스팀이 여기로 제일 먼저 달려온다”고 했다.
같은 채로 친 세 번째 샷은 100m 앞에 떨어졌고, 56도 웨지로 네 번째 만에 그린에 올렸다.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가 “티샷은 편안하게, 그린 주변은 어렵게”란 자신의 코스 설계 철학을 여기에 적용했다지만, ‘미스샷’과 ‘짧은 샷 거리’ 탓에 설계자의 의도를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버치·메이플 코스 18홀은 니클라우스가 설계했고, 파인코스 9홀은 임상하의 코스 레이아웃에 니클라우스의 철학을 담아 니클라우스 인증을 받았다.
그린은 빠른 데다(스팀프미터 기준 3.1) 미세하게 휘었다. 3퍼트, 트리플 보기. 류 지배인은 “웬만한 싱글 골퍼도 파를 낚기 쉽지 않은 핸디캡 2번홀”이라며 “지금까지 이 홀에서 이글을 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삼성 골프의 정수를 담았다
가평베네스트GC는 당초 무진개발이 36홀로 개발하려던 골프장이었다. 그 땅을 1995년 삼성그룹이 인수해 27홀만 들였다. “안양CC에 필적하는 명품 골프장으로 만들라”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뜻을 담아 홀을 구겨넣지 않았다. 그렇게 2000년 메이플·파인 코스를 열었고, 2004년 버치 코스를 추가했다. 앞뒤 팀 간격은 7분이지만, 골퍼들을 빡빡하게 몰아세우지 않는다.널찍한 페어웨이에 최고의 잔디 상태, 친절한 캐디, 여기에 삼성의 세심한 관리가 더해지면서 가평베네스트GC의 회원권은 모두가 인정하는 ‘황제 회원권’이 됐다. 전체 회원권 400개 중 90%는 삼성 계열사 등이 보유해 시중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매매할 수 있는 회원권은 30여 개뿐인데 2020년 이후 손바뀜이 없었다.
회원 수와 시설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는 경기 광주 이스트밸리CC 회원권 가격이 올초 23억4000만원을 찍은 만큼 가평베네스트GC 회원권이 매물로 나오면 2008년 기록(19억3000만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그린피(휴일 기준)는 회원 5만원, 가족 회원 17만원, 비회원 27만원이다. 캐디피는 13만원.
가평=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