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놀자] 토양 성분 따라 파랑·분홍·보라색 꽃으로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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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수국의 꽃말이'변심'인 이유
초여름인 6월이면 피어나 아름다운 색깔과 자태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꽃이 있다. 변심, 변덕, 소녀의 꿈, 냉정 같은 다양한 꽃말을 가진 수국(水菊·hydrangea)이다. 물을 좋아해 이름에 물(水)이 들어 있는 이 아름다운 꽃에 변심, 변덕 같은 꽃말이 지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파란색, 분홍색, 보라색, 연두색까지 수국은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피어날 때는 연두색이다가 파란색 또는 분홍색으로 변해버리기도 한다. 심지어 작년에는 파란색이었다가 이듬해엔 분홍색 꽃이 피기도 한다. 파란색이 예뻐서 사들인 뒤 애지중지 가꾼 수국이 다음 해엔 분홍색으로 피어나면 좋아하던 사람의 마음이 변해버린 것 같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변심이라는 꽃말이 생겼을 것이다. 수국은 왜 이렇게 색이 달라지는 것일까.
수국의 색은 꽃 안에 들어 있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델피니딘(delphinidin)이라는 이름의 이 색소는 흙에서 흡수된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하면 파란색, 그대로 있으면 분홍색이 된다. 흙 속 알루미늄 이온의 양은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 바로 흙의 산성도, pH다. 흙이 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뿌리로 흡수돼 파란 꽃이 피고, 염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흙 속 수산화 이온(OH -)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앙금이 돼버리기 때문에 흡수되지 못해 분홍색이 된다. 그러니 산성 토양에서는 파란색, 염기성 땅에서는 분홍색으로 핀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셈이다. 식초를 부어 땅을 산성으로 만든다고 해도 알루미늄 이온이 없다면 파란색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수국의 꽃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란 꽃을 원한다면 땅을 산성으로 만들어주면서도 알루미늄 이온을 많이 가진 백반 같은 물질을 사용하면 된다. 옛날에 봉숭아 꽃물을 들일 때 사용했던 백반은 황산알루미늄 계통의 성분으로, 물에 녹여 흙에 적절히 뿌려주면 된다. 하지만 백반 물을 준다고 해서 바로 파란색 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다음 해를 기다리면 점점 파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분홍 꽃을 원한다면 석회 가루를 뿌려 흙을 염기성으로 바꿔주면 된다. 석회는 원예용품 가게에서 살 수 있지만 그게 번거롭다면 달걀 껍데기를 잘게 부숴서 뿌려줘도 된다. 달걀 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도 염기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화학적 원리와 무관하게, 품종 개량을 통해 한 나무 안에서 분홍 꽃과 파란 꽃이 동시에 피게 만든 수국도 있다.
꽃이나 채소에 들어 있는 색소 중에서는 산성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 많다. 보라색 양배추에 식초를 넣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색소는 안토사이아닌(antocyanin)이다. 산성에서는 붉은색,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을 띠는 천연 지시약인 안토사이아닌은 꽃에서도 색깔 변화를 일으킨다.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지는 나팔꽃은 아침을 연다고 해서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꽃봉오리일 때와 다 피었을 때 색깔이 다르다. 꽃잎의 pH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봉오리일 때는 약산성의 붉은 보라색이다가, 다 피고 나면 약염기성의 파란 보라색으로 변한다. 꽃이 피는 동안 pH가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꽃이 피기 위해서는 꽃잎 세포가 팽창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칼륨 이온(K +)이 필요하고, 그 칼륨 이온이 산성을 띠는 수소 이온(H +)을 밀어내 산성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를 조작해 이 과정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면 그대로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보라색 계통의 색을 띠는 꽃이나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안토사이아닌은 언젠가부터 다른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노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산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항산화제’로 분류되며, 그로 인해 보라색 채소, 과일이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게 됐다. 수국의 색을 결정했던 델피니딘 또한 안토사이아닌 계통의 색소에 속하는데, 꽃의 색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데다 항산화 효과까지 있는 색소를 생각하면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자연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전화영 한성과학고 수석교사
수국의 색은 꽃 안에 들어 있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델피니딘(delphinidin)이라는 이름의 이 색소는 흙에서 흡수된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하면 파란색, 그대로 있으면 분홍색이 된다. 흙 속 알루미늄 이온의 양은 무엇에 따라 달라질까. 바로 흙의 산성도, pH다. 흙이 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뿌리로 흡수돼 파란 꽃이 피고, 염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흙 속 수산화 이온(OH -)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앙금이 돼버리기 때문에 흡수되지 못해 분홍색이 된다. 그러니 산성 토양에서는 파란색, 염기성 땅에서는 분홍색으로 핀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셈이다. 식초를 부어 땅을 산성으로 만든다고 해도 알루미늄 이온이 없다면 파란색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수국의 꽃 색깔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파란 꽃을 원한다면 땅을 산성으로 만들어주면서도 알루미늄 이온을 많이 가진 백반 같은 물질을 사용하면 된다. 옛날에 봉숭아 꽃물을 들일 때 사용했던 백반은 황산알루미늄 계통의 성분으로, 물에 녹여 흙에 적절히 뿌려주면 된다. 하지만 백반 물을 준다고 해서 바로 파란색 꽃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내심을 갖고 다음 해를 기다리면 점점 파란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분홍 꽃을 원한다면 석회 가루를 뿌려 흙을 염기성으로 바꿔주면 된다. 석회는 원예용품 가게에서 살 수 있지만 그게 번거롭다면 달걀 껍데기를 잘게 부숴서 뿌려줘도 된다. 달걀 껍데기의 주성분인 탄산칼슘도 염기성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화학적 원리와 무관하게, 품종 개량을 통해 한 나무 안에서 분홍 꽃과 파란 꽃이 동시에 피게 만든 수국도 있다.
꽃이나 채소에 들어 있는 색소 중에서는 산성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것이 많다. 보라색 양배추에 식초를 넣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을 보이는 가장 대표적인 색소는 안토사이아닌(antocyanin)이다. 산성에서는 붉은색, 염기성에서는 파란색을 띠는 천연 지시약인 안토사이아닌은 꽃에서도 색깔 변화를 일으킨다. 아침에 피었다가 해가 뜨면 지는 나팔꽃은 아침을 연다고 해서 모닝글로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꽃봉오리일 때와 다 피었을 때 색깔이 다르다. 꽃잎의 pH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봉오리일 때는 약산성의 붉은 보라색이다가, 다 피고 나면 약염기성의 파란 보라색으로 변한다. 꽃이 피는 동안 pH가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꽃이 피기 위해서는 꽃잎 세포가 팽창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칼륨 이온(K +)이 필요하고, 그 칼륨 이온이 산성을 띠는 수소 이온(H +)을 밀어내 산성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유전자를 조작해 이 과정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면 그대로 붉은 보라색으로 핀다.
보라색 계통의 색을 띠는 꽃이나 채소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안토사이아닌은 언젠가부터 다른 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노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산화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어 ‘항산화제’로 분류되며, 그로 인해 보라색 채소, 과일이 노화 방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게 됐다. 수국의 색을 결정했던 델피니딘 또한 안토사이아닌 계통의 색소에 속하는데, 꽃의 색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데다 항산화 효과까지 있는 색소를 생각하면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자연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기억해주세요
수국의 색은 꽃 안에 들어 있는 색소에 의해 결정된다. 델피니딘이란 색소는 흙에서 흡수된 알루미늄 이온과 결합하면 파란색, 그대로 있으면 분홍색이 된다. 흙 속 알루미늄 이온의 양은 흙의 산성도, 즉 pH에 따라 달라진다. 흙이 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뿌리로 흡수돼 파란 꽃이 피고, 염기성이면 알루미늄 이온이 흙 속 수산화 이온(OH-)과 결합해 물에 녹지 않는 앙금이 돼버리기 때문에 흡수되지 못해 분홍색이 된다. 그러니 산성 토양에서는 파란색, 염기성 땅에서는 분홍색으로 핀다는 말은 절반만 맞는 셈이다. 식초를 부어 땅을 산성으로 만든다고 해도 알루미늄 이온이 없다면 파란색 꽃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전화영 한성과학고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