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약에 빠졌던 '갱스터 물리학자'…"우주보다 무한한 것은 희망"
“수천억조 개의 별들로 이뤄진 우주는 매우 광활하다. 그러나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 내가 관측한 것 중에 무한에 가장 가까운 것은 희망이다.”

폭력과 범죄가 만연한 미국 미시시피주 빈민가에서 자란 흑인 천체물리학자 하킴 올루세이(55)의 말이다. ‘갱스터 물리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영재와 문제아 사이를 오가며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았다.

《퀀텀 라이프》는 미국 흑인물리학자학회(NSBP) 회장으로 활동 중인 올루세이의 자전적 에세이다. 저자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어릴 적에 거리의 마약 중독자와 갱들을 피해 다니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키운 그는 텔레비전을 분해하고 백과사전을 탐독하다가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한 뒤 주립 과학전람회에 상대성 이론을 시연하는 게임을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용돈을 벌기 위해 친구들에게 대마초를 팔았고 술집을 드나들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들의 도움으로 흑인들이 다니는 투갈루대에 입학하지만 학교 공부에 적응하지 못했다. 여자친구와 이별을 겪고, 대마초에 빠져 2년 만에 자퇴했다. 이후 마음을 다잡고 재입학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스탠퍼드대 대학원에 합격했다.

백인이 가득한 곳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다시 마약에 빠져 죽을 뻔한 고비도 넘겼다. 지도교수의 조언으로 재활치료를 받으며 마약을 끊고, 학부 물리학 수업을 들으며 기초부터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박사과정 졸업시험에 한 번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해 그를 무시하던 백인 교수들로부터 인정받았다. 박사학위를 취득한 직후 아프리카의 차세대 우주 과학자들의 교육을 돕기 위해 여행을 다녔다.

양자역학에 ‘양자 터널링’이란 용어가 있다. 현실에서 통과할 수 없는 벽을 미시 세계에서의 입자가 뚫는 현상을 뜻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이 현상에 비유한다. 그의 삶이 새로운 벽을 마주해서 강하게 튕겨 나가면서도 결국 벽을 통과하는 데 성공하는 진동 패턴과 같았다는 의미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