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新냉전 시대의 경제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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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디커플링' 본격화
리쇼어링 압력 높아질 것
투자계획·공급망 재편해야"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리쇼어링 압력 높아질 것
투자계획·공급망 재편해야"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2의 6·25다.” 차세대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주목받는 매슈 파틴저 전 미국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지적이다. 소련의 지원으로 발발한 6·25전쟁이 미·소 냉전의 서막을 열었다면 중국의 동의로 촉발된 우크라이나전은 미·중 냉전을 본격화했다는 설명이다. 분쟁이 지속되며 이념과 국경의 제약 없이 경제 활동을 하던 탈냉전 시대가 끝났다는 인식과 함께 새로운 냉전이 시작됐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디커플링’ 또는 ‘비동조화’라고 불리는 신(新)냉전 경제 비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디커플링은 원래 금융투자 용어였다. 한 나라의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의 증시 동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며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 전략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생산, 판매, 투자 그리고 연구개발(R&D)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치를 말한다.
최근에는 한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비동조화를 반대하던 학계, 싱크탱크 그리고 경제계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관련 정책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5월 기획기사를 통해 디커플링의 원인과 대비책을 제시했다. 원인 제공자는 중국 정부라고 못박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식재산권을 대거 침해하고 외국 기업을 배척하는 규제와 법규를 마구잡이로 양산해 미국의 보복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위해 비동조화에 따른 대응 방침을 제시했다. 기업들을 원자재와 부품 등을 공급하는 업스트림 기업과 판매 및 배급에 중점을 두는 다운스트림 기업의 두 가지 기준,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맞춤형 대책을 공개했다.
2019년 세계 싱크탱크 순위 1위에 오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선별적 디커플링 로드맵을 제안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연구소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래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첨단 기술 및 지식 산업에서는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및 인간 게놈 연구, 그리고 금융 등의 분야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관계 정리를 촉구했다.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탈중(脫中)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공회의소(USCC)는 디커플링을 경제 구조 개혁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공회의소는 88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대중 강경 견제 조치가 “쉽게 계량될 수 없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국가 안보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함에 따라 더 이상의 방관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비동조화 전략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성공적인 리쇼어링 정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되돌아오게 본국에서 맘껏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먼저 정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도 미국에서 진행 중인 디커플링 논의에 주목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행동 지침을 준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형 비동조화 전략 수립도 절실하다. 중국 내 기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데이터에 근거한 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그리고 투자 재조정 계획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미·소 냉전 기간 세계사에 길이 남을 고도성장을 한 바 있다. 신냉전의 파도를 극복해 초일류 경제로 도약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디커플링은 원래 금융투자 용어였다. 한 나라의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의 증시 동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렇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며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 전략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생산, 판매, 투자 그리고 연구개발(R&D)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치를 말한다.
최근에는 한때 “허무맹랑한 이야기”라며 비동조화를 반대하던 학계, 싱크탱크 그리고 경제계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관련 정책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5월 기획기사를 통해 디커플링의 원인과 대비책을 제시했다. 원인 제공자는 중국 정부라고 못박았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을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식재산권을 대거 침해하고 외국 기업을 배척하는 규제와 법규를 마구잡이로 양산해 미국의 보복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위해 비동조화에 따른 대응 방침을 제시했다. 기업들을 원자재와 부품 등을 공급하는 업스트림 기업과 판매 및 배급에 중점을 두는 다운스트림 기업의 두 가지 기준,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한 뒤 맞춤형 대책을 공개했다.
2019년 세계 싱크탱크 순위 1위에 오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선별적 디커플링 로드맵을 제안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 연구소의 입장이다. 하지만 미래 산업 주도권을 좌우할 첨단 기술 및 지식 산업에서는 중국과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공지능(AI), 바이오테크 및 인간 게놈 연구, 그리고 금융 등의 분야에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관계 정리를 촉구했다. 즉흥적이고 무분별한 탈중(脫中) 정책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공회의소(USCC)는 디커플링을 경제 구조 개혁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공회의소는 88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대중 강경 견제 조치가 “쉽게 계량될 수 없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국가 안보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도전함에 따라 더 이상의 방관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비동조화 전략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성공적인 리쇼어링 정책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진출 기업들이 되돌아오게 본국에서 맘껏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먼저 정비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도 미국에서 진행 중인 디커플링 논의에 주목해야 한다.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미·중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한 행동 지침을 준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형 비동조화 전략 수립도 절실하다. 중국 내 기업 환경은 악화일로다. 지정학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상응하는 데이터에 근거한 시장 다변화, 공급망 재편 그리고 투자 재조정 계획이 요구된다. 한국 경제는 미·소 냉전 기간 세계사에 길이 남을 고도성장을 한 바 있다. 신냉전의 파도를 극복해 초일류 경제로 도약을 이루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