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BofA "3600에 조금 매수, 3300은 꽤, 3000은 바닥"
전날 폭락한 뉴욕 증시는 17일(미 동부 시간)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0~0.5% 오름세로 출발했습니다. 오후 1시 이후 상승 폭이 커졌었는데, 사흘 휴장(20일 노예해방일)을 앞두고 장 막판 매물이 나와 다우는 0.13%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22% 상승했고 전날 큰 폭으로 하락했던 나스닥은 1.43%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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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 걱정이 큰 데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줄줄이 나와 강성 발언을 내놓은 탓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달러의 국제적 역할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일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Fed의 물가 안정에 대한 강력한 약속은 달러에 대한 광범위한 믿음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파월 의장은 다음 주 22, 23일 미 의회 증언에 나섭니다. 의원들은 치솟는 물가와 관련해 굉장히 비판적일 겁니다. Fed는 이날 의회에 낸 반기 보고서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생필품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강력한 노동 시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가 안정 회복에 대한 위원회의 약속은 무조건적(unconditional)"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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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s 인상을 주장하며 홀로 반대표를 던졌던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성명을 통해 "통화 정책의 변화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중요하고 갑작스러운 변화는 가계와 소규모 기업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나는 대차대조표 감축과 함께 75bps를 인상하는 게 정책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것으로 봤다"라고 반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통적 '매'파'인 조지 총재는 지난 10여 년 재직 기간 중 반대표를 던진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매파적 반대였습니다. 비둘기파적 반대표를 던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조지 총재의 설명은 지금 FOMC의 분위기가 전통적 매파가 소수로 몰릴 정도로 굉장히 매파적임을 다시 한번 알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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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 조지와 반대로 닐 캐시캐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는 대표적 비둘기파입니다. 그런 캐시캐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주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s 인상하는 것을 지지했고 7월에 또 다른 그러한 움직임을 지지할 수 있지만, 얼마나 긴축이 필요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너무 많은 선행적 조치에 대해 조심하게 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신중한 전략은 7월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이 2%로 떨어질 때까지 50bp 인상을 계속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캐시캐리 총재는 특히 공급 혼란이 가라앉지 않거나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높아진다면 경제 전망(SEP)에서 내가 예측한 것 이상으로 금리를 계속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표적 비둘기파 캐시캐리의 이런 매파적 성명은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오전 10시~11시 사이 다우와 S&P500 지수가 마이너스권까지 떨어졌던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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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매파적으로 나서자 경기 침체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에서 실시한 기업 최고경영진(CEO)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CEO의 60% 이상이 향후 12~18개월 동안 경기 침체를 예상합니다. 작년 말 같은 조사에서는 22%에 그쳤었습니다. 뉴스위크의 일반인 대상 조사에서는 53%가 침체가 벌써 왔다고 밝혔고 20%는 아니다, 25%는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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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가와 에너지 주식의 폭락이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5.2% 하락한 113.56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5% 내린 109.8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S&P 에너지업종 지수는 이날 5.57%나 폭락했고, 이번 주 14%나 내렸습니다. 대표 주식인 엑손모빌이 각각 5.77%, 10.2% 떨어졌습니다.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한 긴축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입니다. 오일리틱스의 케샤브 로히야 설립자는 "석유 시장이 이번 주 거시경제 흐름에 초점을 맞췄다"라면서도 "인플레이션 대부분이 원자재에서 비롯될 때 25bp 또는 50bp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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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시장의 정크본드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위험 수위인 500bp를 넘어섰습니다. 블룸버그 미국 기업 하이일드 지수(Bloomberg US Corporate High Yield index)는 이날 31bp 올라 508bp를 기록했습니다. 경기 침체로 인해 기업 부도 증가 가능성을 염려한 탓입니다. 정크 스프레드는 지난 2주 동안 100bp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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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5월 소매판매부터 주택착공까지 여러 경제 지표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데 이어 이날 5월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0.2% 증가하는 데 그쳐 4월(1.4% 증가), 월가 예상(0.4% 증가)을 밑돌았습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광업 생산은 1.3%나 증가했지만, 제조업 생산이 0.1% 감소해 1월 이후 처음 줄었습니다. 콘퍼런스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LEI)도 전달보다 0.4 감소한 118.3으로 조사됐습니다. 두 달 연속 감소입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주가 하락, 주택 건설 둔화, 우울한 소비자 기대 등으로 인해 또 내렸다. 여전히 역사적 최고치에 가깝지만, 단기 경제 활동이 약해지고 긴축 통화 정책은 경제 성장을 더욱 약화시킬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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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향후 어느 시점에서 실업률이 2% 포인트 이상 증가하지 않고는 인플레이션이 정상으로 떨어지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실업률 3.6%가 5.6%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서머스 장관은 "경기 침체를 겪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2.5%로 하락하는 걸 본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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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지수는 고점에서 23% 떨어졌습니다. 주가수익비율(P/E)은 16배까지 내려왔습니다. 지난 10년 평균을 밑돕니다. 이번 주 5.8% 하락해 지난 11주 가운데 10주 동안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이는 미 증시 역사상 단 한 번(1970년)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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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황소/곰 지수는 지난주 0.2에서 이날 0.0으로 떨어져 투자자 심리가 완전히 바닥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런 일은 과거 일곱 번 있었는데 과거 2008년 8월, 2008년 7월, 2011년 9월, 2015년 9월, 2016년 1월, 2020년 3월에 발생했었습니다. 이는 강력한 매수 신호이기도 합니다. 과거 0.0에서 주식을 사면 3개월 뒤 큰 수익률을 거뒀습니다. 물론 상당 기간 0.0으로 유지된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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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투자자는 더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살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올해 급락한 걸 고려해도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13%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인 론 배런 배런캐피털 대표는 이날 CNBC에 이메일을 보내 "지금은 한 세대에 몇 번 오는 매우 큰 매수 기회"라면서 "2022년 6월, 그리고 2020년 6월 폭락 때와 같은 엄청난 기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테슬라 장기 투자로 수백억 달러를 번 사람입니다. BMO의 브라이언 벨스키 전략가도 "유가 급등, 공급망 혼란, 중국 봉쇄 등 경제를 괴롭혀온 세 가지 악재 가운데 벌써 두 가지가 개선되고 있다"라면서 S&P500 지수는 올해 말 48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너무 나쁜 소식들만 반영되어 있고 좋은 소식은 전혀 주가에 책정되어 있지 않다"라며 "미국 경제는 기본적으로 강하고 기업 이익도 여전히 괜찮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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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돈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EPFR 글로벌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 6월 15일까지 일주일 동안 166억 달러가 글로벌 주식으로 유입됐고, 그중 미국 주식에 148억 달러가 들어왔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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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NBC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참가자 47%가 "지금 주식을 사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53%는 그렇지 않습니다. S&P500 지수가 3500까지 내려갈 것이란 답이 19%, 3000까지 하락할 것이란 응답도 34%에 달했습니다. 팽팽하게 갈려 있는 것입니다. JP모건이 투자자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S&P500 지수 예측 범위가 2000~3500으로 넓었는데요. 평균은 3060, 중앙값은 3200 수준이었습니다.

TIFF인베스트먼트의 제이 윌럽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가장 큰 질문은 'Fed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정도로 긴축할 것인가'이다. 그것이 증시가 할인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이 연 2.5% 아래로 떨어지면 시장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길들였다고 믿고 있음을 나타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2년물 금리는 오후 3시 30분께 전날보다 1.4bp 오른 3.172%에 거래되었습니다. 아직은 투자자들의 확신이 없는 셈이죠.

Fed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다가 침체가 온다면 베어마켓은 길고 심각해질 것입니다. 웰스파고는 애초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예상했으나 6월 FOMC 직후 내년 중반부터 침체가 시작되는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크리스 하비 전략가는 “많은 투자자에게 단기 침체는 피할 수 없는 결론이 되었다. 이제 유일한 질문은 그 지속 기간과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비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급등했던 지난 두 번의 약세장과 비교할 때 지금 6개월이 지난 베어마켓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1980~82년 경기 침체, 1973~74년 때 침체와 약세장은 20개월 이상 지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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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월가의 핵심 금융사 중 침체가 확실하다고 주장하는 곳은 없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침체를 피한다면 S&P500 지수가 연말 4300까지 회복될 수 있지만, 침체가 오면 315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기가 연착륙한다는 가정하에 3400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75bp씩 올린다고 하루아침에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라며 "Fed가 더 빨리 금리를 인상해 침체 위험을 높이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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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날 재미있는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마이클 하넷 전략가는 "이번 약세장은 지난 140년 동안을 따져 20번째 베어마켓인데 그동안 약세장의 평균 하락률은 37.3%였고, 지속 기간은 289일이었다"라면서 "역사가 미래의 가이던스가 될 수 있다면 이번 약세장은 오는 10월 19일 블랙먼데이의 35주년 기념일에 S&P500 지수 3000선에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보다 18%가량 더 하락하는 것입니다. 그는 "시장은 고통스럽게 과매도 되어 랠리가 나타나기에 적합하지만, 금리 충격이 인플레이션 충격을 넘어서는 게 확인될 때까지는 랠리는 다시 매도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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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넷은 완전한 비관론자는 아닙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충격(2021년 하반기 시작)에 이어 금리 충격(22년 상반기 시작)→불황 충격(2022년 하반기) 및 증시 폭락(아직 끝나지 않았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모든 것이 끝나고 먼지가 가라앉고 나면 하반기에 기회가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넷 전략가는 "S&P500 지수 3600에서는 살짝 맛을 보고(nibble), 3300에서는 한입 물 것이며(bite), 3000은 바닥(gorge)일 것"이라며 "2023년 강세장을 앞두고 하반기에 기회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과거에 강세장이 한 번 시작되면 평균 5년 지속하고 198% 상승했다"라면서 "다음 강세장은 2028년까지 이어지고 6000까지 상승할 수 있다"라고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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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월요일인 20일은 노예해방일로 휴장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22, 23일 이틀간 이어지는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입니다. 의원들의 빗발치는 비판 속에 매파적 발언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경제 지표 중에서는 기존주택판매가 중요합니다. 4월 신규 주택 판매 건수는 16.6% 급감했으며, 5월에도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