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확정 후 길게는 26년째…수용자 80여명 중 사형수 5%
인권위 "교화위해 이송해야"…"법무부, 민간시설서 총살형 안돼"
'군 사형수' 민간교도소 이송 권고에도 국군교도소에 '4명'
6년 전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사형수를 민간 교정시설로 이송할 것을 권고했으나 사형수 4명이 현재도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명은 형이 확정된 후 26년째 사형수로 수용되어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20년 법무부와 이 문제를 놓고 실무협의를 벌였으나 입장차가 워낙 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법무부는 민간 교정시설은 '총살형'을 집행할 수 없을뿐더러 관련 시설도 없다는 논리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안다고 군의 한 관계자가 19일 전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첨단 호흡감지센서 등이 적용된 신축 시설로 이달 중 '이사'를 앞둔 국군교도소의 수용자 총 80여 명 가운데 약 5%에 해당하는 4명이 사형수다.

1996년 강원도 화천의 육군 부대에서 총기로 3명을 살해한 김모(47) 상병(이하 당시 계급), 2005년 경기도 연천의 육군 부대 GP에서 총기와 수류탄으로 8명을 살해한 김모(38) 일병, 2011년 강화도 해병대에서 총격으로 4명을 살해한 김모(30) 상병, 2014년 강원도 고성군 육군 부대 GOP에서 총격으로 5명을 살해한 임모(30) 병장 등이다.

이들 중 가장 오래 복역한 40대 후반 김모 씨는 형이 확정된 1997년을 기준으로 26년째 국군교도소에 사형수로 수용돼 있다.

군 당국은 군 사형수의 일반교도소 이송을 추진하기로 하고 2020년 교정 당국과 협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에도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다.

앞서 2016년 국가인권위는 군 사형수를 민간 교정시설로 이송하는 방안을 법무부와 협의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사형수의 효과적인 교정·교화와 관리의 효율성 등을 취지로 제시했다.

국방부는 이에 따라 2020년 9월 법무부와 실무 협의를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법무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군 사형수의 이송을 반대했는데, 가장 주요하게 내세운 명분은 사형 집행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군형법 제3조에 따른 군의 사형 집행방식은 '총살형'이다.

민간 교정시설은 총살을 집행할 수 없는데 어떻게 군 사형수를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게 법무부의 수용 불가 논리다.

군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이라는 현실을 고려하면 교정 당국의 사형수 관리 부담이 더 현실적인 반대 이유로 보이지만, 군형법 제3조가 걸림돌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군 사형수' 민간교도소 이송 권고에도 국군교도소에 '4명'
군의 사형 집행방식을 총살형으로만 규정한 것은 인권·인도주의를 중시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고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미국을 제외한 서구국가는 사형제를 폐지했고, 사형제를 존치한 주요 국가 가운데 전시가 아닌 평시에까지 군인의 총살형을 규정한 곳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미국에서 군인 사형 집행은 1961년 4월이 마지막이었으며 방식은 교수형이었다.

이후 전기의자 등이 군 사형방식으로 도입되긴 했으나 60여 년간 군인의 사형이 집행된 바가 없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군 사형집행은 1985년이었다.

이러한 시대 변화와 군의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군형법의 사형 집행방식을 '전시 총살, 평시 교수형'으로 개정하고 이송 근거 법령 등도 정비할 필요성이 대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실질적인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된 한국이 사형 집행 법령을 개정하는 것은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일으킬 소지도 있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 군형법 3조 개정안이 발의됐고 국회입법조사처가 법 개정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 국군교도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기 종료와 함께 개정안은 폐기됐다.

군 관계자는 "군 사형수의 교정·교화 효과, 관리 효율성 등을 고려할 때 인권위 권고대로 이송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군교도소의 수감자는 대부분 1년 6개월 미만 징역형을 받은 군인이나 군무원들이다.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과 국방부 훈령에 따라 1년 6개월 이상 징역형이 확정된 병사는 일반교도소나 구치소로 이감되고, 장교·부사관·군무원도 1년 6개월 이상 형이 확정되면 군사보안 문제나 수용자의 태도 등을 고려해 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군 수용자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반교도소나 구치소에 수용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