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Richard Rodriguez.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 /ⓒRichard Rodriguez. 반 클라이번 재단 제공
“1위 금메달리스트는…윤찬 림”

19일 오전 9시40분께(한국시간) 제16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시상식이 열린 미국 포트워스 베이스퍼포먼스홀. 이번 콩쿠르의 심사위원장인 마에스트라 마린 앨솝은 1위 수상자 호명을 앞두고 잠시 멈칫하더니 18세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또렷이 불렀다. 객석에 앉아 있던 임윤찬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나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자인 앨솝과 포옹을 나눈 후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박수갈채를 보내는 객석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했다.

임윤찬이 세계적인 권위의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1962년 대회가 시작된 이래 역대 최연소 1위 수상자다.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직전 대회인 2017년 선우예권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이다.

임윤찬은 1위 부상으로 상금 10만달러(약 1억3천만원)와 함께 음반녹음 및 3년간의 세계 전역의 매니지먼트 관리와 월드 투어 기회를 갖게 된다. 우승 트로피에 앞서 세계 클래식 팬 3만명이 참여한 인기투표 집계 결과에 따른 청중상(상금 2500달러)과 현대곡을 가장 잘 연주한 경연자에게 주는 비벌리스 미스 테일러 어워드(5000달러)까지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임윤찬은 7세에 피아노를 시작해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2020년 수석으로 졸업하고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11세에 금호문화재단의 영재 콘서트로 데뷔했고 15세에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최연소 1위를 차지하며 '괴물 같은 신인'으로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2017년부터 한예종 영재교육원과 음악원에서 손민수 교수를 사사하고 있다. 그의 이번 우승은 해외 유학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음악도가 일궈낸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2004년 2월생인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의 출전 제한 연령(만 18~31세) 하한선인 만 18세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전의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는 2009년 손열음이 2위를 했을 당시 공동 우승자 중 한 명이었던 중국의 장하오첸(당시 19세)과 1969년 우승자 크리스티나 오르티즈(19세)였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는 냉전 시절이던 1958년 소련에서 열린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 피아니스트 반 클라이번(1934~2013)을 기념하는 대회다. 1962년 시작해 4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는 라두 루푸(1966년), 알렉세이 술타노프(1989년), 올가 케른(2001년) 등이 우승했다. 2017년 대회에선 선우예권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예심과 준준결선, 준결선(독주·협연), 결선(협연) 등 모두 다섯 번의 무대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가린다. 이 대회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못지않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올해 열리는 제16회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는 총 388명이 지원해 30명이 예심을 통과했고, 18명이 겨루는 준준결선과 12명이 오른 준결선 이후 지난 14~18일 6명의 최종 결선자들이 자웅을 겨루는 최종 라운드가 치뤄졌다.

임윤찬은 준결선 리사이틀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연주해 호평을 얻었고, 니콜라스 맥기건이 지휘하는 포스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첫 번째 연주자로 나서 앨솝이 지휘하는 포스워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3번과 라흐마니토프 3번을 연주했다.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로부터 “숨쉬듯 자연스럽다”“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가공할만한 테크닉”이란 찬사를 받으며 우승 후보로 꼽혔다.

임윤찬에 이어 안나 지니시네(러시아·31세)가 2위, 드리트로 쵸니(우크라이나·28세)가 3위를 차지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