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태평로 삼성본관빌딩 주변은 풍수지리적 명당으로 꼽힌다. 풍요와 재물 운이 넘치는 이 명당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와 한국은행이 사용 중이다. 이 건물 주변에는 부영그룹, 신한금융그룹 등의 본사들이 몰려 있다. 삼성본관빌딩의 길 건너 맞은 편에는 해남빌딩·해남2빌딩이 자리잡고 있다. 이 건물의 주인은 해성그룹 지주회사인 해성산업이다.

해성산업은 서울 시청과 강남, 부산 일대에 목좋은 자리 빌딩을 4채를 보유한 '자산주'다. 물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주인 해성산업이 주목받고는 있지만 주가는 연일 최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해성산업은 전날보다 600원(5.26%) 내린 1만800원에 마감했다. 1년 최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7월 1일 장중에 1만7835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내리막길을 이어갔다.

해성산업은 제지업체인 한국패키지 50.5%, 한국제지 지분 100%, 전동공구 업체 계양전기 지분 34.0% 반도체 부품 업체인 해성디에스 24.38% 등을 보유한 그룹 지주사다. 이들 회사 지분의 장부가치만 올 3월 말 기준 7076억원에 이른다. 17일 종가 기준 해성산업 시가총액(3005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이 회사는 주력 계열사 지분은 물론 ▲서울 북창동의 해남빌딩 ▲서울 북창동의 해남 2빌딩 ▲서울 서초동 송남빌딩 ▲부산 중앙동 부산송남빌딩 등 4채의 건물도 보유 중이며 임대 수입도 올리고 있다. 이들 빌딩의 공실률은 0~5% 수준으로 사실상 '풀가동' 중이다.

2018년 준공된 해남 2빌딩은 지하 6층, 지상 20층 건물로 2~10층까지는 오피스 건물로 사용 중이고, 11~20층은 그레이스리호텔로 운영 중이다. 해성산업과는 별도로 해성그룹 오너일가는 서울 강남구의 해성1·2빌딩과 성수동 성수빌딩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부각되는 동시에 이 회사의 실적도 큰 폭 뜀박질 중이다. 해성산업의 올 1분기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123억원, 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0.5%, 762.9% 늘었다.

자산가치가 부각되는 데다 실적도 뜀박질했지만, 주가는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의 작년 말 주가수익비율(PER)은 5.74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2배 수준이다. 해성산업이 보유한 빌딩의 실제 가치를 반영하면 PBR은 이를 큰 폭 밑돌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가가 저평가받는 것은 외부 노출과 소통을 꺼리는 기업문화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것도 주주들의 외면을 받은 배경으로 작용했다. 전업투자자들의 시세 조종으로 이 회사 주가는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2만4750원에서 6만6100원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2014년 9월에 6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면서 폭락했다. 2018년 주가 조작 주범들은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