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시장적 법안으로 앱마켓 독점구조 깨야"
인앱결제는 앱 마켓 자체 결제 시스템에서 유료 앱·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뜻한다. 구글은 지난 4월부터 자사 앱장터 구글플레이에서 외부 결제 가능 앱의 업데이트를 금지했고, 이달 들어선 아웃링크(외부 링크)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웹툰·웹소설 이용자 비용 부담 ↑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은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로 인해 국내 약 492만8000명으로 추정되는 웹툰·웹소설 유료 이용자가 연간 약 689억원을 추가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이는 구글이 인앱 결제 수수료율을 올리면서 네이버·카카오의 안드로이드 앱 내 개별 결제 수단인 네이버 쿠키, 카카오 캐시의 가격이 20% 인상된 영향이다. 네이버 쿠키의 앱 내 결제금액은 개당 100원에서 120원으로, 카카오 캐시는 1000캐시당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구글은 지난 4월부터 앱 사업자에 대한 결제 수수료율을 연간 매출 100만달러(약 12억원) 이하에 대해선 15%를, 초과분에 대해선 30%를 적용하고 있다. 구글은 작년 기준 국내 앱 마켓 시장 점유율이 약 76%인 사실상 독점 사업자다. 부문별로는 웹툰 유료 이용자(301만명)의 부담이 연간 381억원 늘고, 웹소설 이용자(191만8000명)의 부담이 308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양정숙 의원실은 네이버웹툰, 카카오웹툰, 네이버시리즈, 카카오페이지의 월간활성이용자(MAU) 수치에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조사한 웹툰 유료 결제 경험 비율을 곱해 웹툰과 웹소설 유료 이용자 수를 추정했다.
연간 추가 부담액은 20% 인상률을 적용한 ‘인상 후 이용금액’에서 가격 인상 전 월 평균 이용금액을 산출한 뒤 이들간 차액에 12를 곱해 계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남녀 웹툰·웹소설 월평균 유료 이용 금액에 성별 비율(남 50.9%대 여 49.1%)을 적용해 인상 전 월평균 이용금액을 산출했다. 유료 이용자들의 콘텐츠 결제가 모두 인앱결제라고 가정한 수치다.
“앱 마켓 선택권 늘려 경쟁 촉진해야”
양 의원은 이날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강행하면서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양정숙 의원실이 추산해 발표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악스트리밍 서비스 연간 추가 부담액 2300억원에다 이번 결과를 더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국내 콘텐츠 소비자들의 추가 비용이 연간 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국내 앱마켓 시장을 구글과 애플이 총 86% 이상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앱 마켓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이용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양 의원은 지난 17일 앱 마켓 시장의 경쟁 촉진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성주·김수흥·박주민·안호영·위성곤·윤준병·이용빈·이장섭·인재근·한병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한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일정 규모 이상인 모바일 콘텐츠 제공사업자가 특정 앱 마켓 하나에 앱을 등록할 경우 사업자가 동일한 이동통신단말장치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앱 마켓에도 앱을 등록하도록 정부가 권고할 수 있게 된다. 권고에 따라 다른 앱 마켓에 앱을 등록하려는 사업자에 대해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보조금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마련했다.
양 의원은 “규제가 아니라 지원을 수반한 권고를 통해 시장의 독점적 구조를 해소하려는 ‘친시장적’ 법안”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여러 절차·비용때문에 여러 앱 마켓에 앱 등록을 기피하던 사업자도 다양한 앱 마켓에 모바일 콘텐츠를 등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대기업이 자사 운영체제(OS)를 쓰는 모바일 이용자에게 자사 앱 마켓만 쓰도록 제한하는 것도 막을 방침이다. 양 의원은 “현재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외에 다른 앱마켓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폰 OS와 앱마켓을 동시에 운영하는 사업자가 다른 앱마켓 설치·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도 추가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