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중에서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로 이직을 고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이직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직군은 금융권에 몸담고 있는 은행원들이다. 이들 은행원은 “‘꼰대’나 ‘월급 루팡’이 없어 자기 계발에 집중할 수 있다거나 대면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큰 장점”이라며 호감을 보였다.

19일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세 곳의 임직원 1687명 가운데 다른 은행에서 이직해온 경력직이 327명(19.4%)인 것으로 집계됐다. 저축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제2금융권에서 옮겨온 임직원도 383명(22.7%)에 달했다. 인터넷은행 임직원 10명 중 4명(42.1%)이 다른 금융사 출신인 셈이다. 나머지도 통신사·정보기술(IT) 기업(35.9%), 그 외 민간기업(20%) 등에서 옮겨온 경력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 출신 직원의 90%는 상품 기획이나 건전성 관리 등 직군을 맡고 있다. 기존 은행 내 전산·IT 부문 직원들이 인터넷은행으로 이직할 것이란 통념과 다른 결과다. 지난해부터 인터넷은행들이 기업금융 부문을 강화하면서 은행·저축은행 해당 부문의 인력 이탈이 늘고 있다. 한 시중은행에서 기업금융 담당 업무를 하다가 카카오뱅크로 이직한 박모씨는 “한 가지 직무에서 커리어를 계속 쌓아가면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영업점과 본점 각 부서를 도는 순환보직 체계의 시중은행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자율과 성장을 중시하는 조직 문화나 대면 영업이 없다는 점도 젊은 은행원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다. 시중은행에서 토스뱅크로 옮겼다는 김모씨는 “성장하는 은행에서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스톡옵션 같은 보상도 기존 은행에선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에서 이직을 준비 중인 이모씨도 “업무 그 자체보다 조직 생활을 더 신경 써야 하는 보수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잇단 이직에 기존 은행원들은 사기 저하를 토로하고 있다. 한 은행 직원은 “능력 있는 직원들의 이직 소식이 들릴 때마다 괜히 자괴감이 든다”며 “전문성을 갉아먹는 순환근무제나 연공서열 문화 등 진정한 의미의 혁신이 없다면 앞으로도 인재 유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