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탈세계화와 스태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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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등 탈세계화 가속화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심화돼
금리 인상, 일시적 효과 있지만
기업활동 위축돼 생산·공급 줄고
물가불안 장기화 '악순환' 초래
단기 정책으로 역량 소진 말아야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심화돼
금리 인상, 일시적 효과 있지만
기업활동 위축돼 생산·공급 줄고
물가불안 장기화 '악순환' 초래
단기 정책으로 역량 소진 말아야
김현욱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저물가 시대는 저물고 있는가? 요즘 세계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언론 보도는 물론 국제기구 보고서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으로 정의되는데,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경기가 부진해졌던 1970년대가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에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른 점이 더 많다. 우선 2년 전만 하더라도 저성장과 저물가의 악순환 가능성이 더 큰 고민거리였고 지금의 물가 상승이 시작된 것도 1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모습도 1970년대와 다르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이에 따라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중앙은행발 경기침체까지 걱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 현재 상황을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 단계라고 하더라도, 1980년대 초반의 미국 중앙은행(Fed)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단행한 매우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유효한 해결 방안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효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보다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의 기저에 있는 경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만 부진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강화된 탈세계화와 관련된 현상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6년 이후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가 이미 낮아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인도의 밀 수출 제한 조치 등 자국의 이해만을 추구하고 있는 탈세계화 추세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음은 자명하다.
탈세계화는 또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성장 기회를 좁혀 글로벌 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의존한 수출 비중이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지난 20~30년간 세계화의 혜택을 받아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도 그 영향은 더욱 부정적일 것이다. 이미 추격형 성장이 마무리된 우리 경제에서 0%대의 성장률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조만간 도래한다는 경고도 허언은 아니다.
이런 탈세계화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는 정책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참여하는 장기적 종합대책이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어느 정도 단호한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관세 인하 및 유가 보조금 지급 등의 미시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이들의 효과는 단기적이며 오래 반복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 경제에 긴요한 정책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탈세계화의 역풍에도 위축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배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장기 저성장 대응 방안을 이제는 구체화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통한 정부와 민간의 생산성 제고는 긴축적 통화정책과는 달리 장기적으로도 스태그플레이션 대책이 될 수 있다.
소비 지출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미래의 생산과 공급이 줄어들어 물가 불안이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새 정부가 5대 부문 구조개혁과 규제혁신 계획을 밝히고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강조하는 등 산업 경쟁력 기반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말이 있다. 탈세계화의 가속으로 변동성이 커진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초래하는 단기 딜레마 해소에 정책 역량을 소진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민간이 탈세계화 추세의 위험과 기회 요인을 함께 찾고 차분히 준비해 실행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제에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른 점이 더 많다. 우선 2년 전만 하더라도 저성장과 저물가의 악순환 가능성이 더 큰 고민거리였고 지금의 물가 상승이 시작된 것도 1년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모습도 1970년대와 다르다.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이에 따라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중앙은행발 경기침체까지 걱정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다른 점이다. 현재 상황을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의 시작 단계라고 하더라도, 1980년대 초반의 미국 중앙은행(Fed)이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단행한 매우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유효한 해결 방안이라고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효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보다 구조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급 측 요인에 의한 인플레이션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의 기저에 있는 경우,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만 부진하게 만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강화된 탈세계화와 관련된 현상들이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6년 이후 브렉시트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등으로 글로벌 정책공조에 대한 기대가 이미 낮아진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인도의 밀 수출 제한 조치 등 자국의 이해만을 추구하고 있는 탈세계화 추세가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고 있음은 자명하다.
탈세계화는 또한 신흥 개발도상국의 성장 기회를 좁혀 글로벌 경제의 균형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의존한 수출 비중이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가장 높을 정도로 지난 20~30년간 세계화의 혜택을 받아 성장해온 우리 경제에도 그 영향은 더욱 부정적일 것이다. 이미 추격형 성장이 마무리된 우리 경제에서 0%대의 성장률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 조만간 도래한다는 경고도 허언은 아니다.
이런 탈세계화의 영향을 고려했을 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대응하는 정책은 중앙은행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참여하는 장기적 종합대책이어야 한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제어하기 위해 어느 정도 단호한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관세 인하 및 유가 보조금 지급 등의 미시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이들의 효과는 단기적이며 오래 반복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 경제에 긴요한 정책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들이 탈세계화의 역풍에도 위축되지 않고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배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도 거의 손을 놓고 있었던 장기 저성장 대응 방안을 이제는 구체화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런 정책을 통한 정부와 민간의 생산성 제고는 긴축적 통화정책과는 달리 장기적으로도 스태그플레이션 대책이 될 수 있다.
소비 지출을 억제해 물가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 미래의 생산과 공급이 줄어들어 물가 불안이 장기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새 정부가 5대 부문 구조개혁과 규제혁신 계획을 밝히고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강조하는 등 산업 경쟁력 기반의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말이 있다. 탈세계화의 가속으로 변동성이 커진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초래하는 단기 딜레마 해소에 정책 역량을 소진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와 민간이 탈세계화 추세의 위험과 기회 요인을 함께 찾고 차분히 준비해 실행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