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와 동조화(커플링)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우리 물가가 14년 만에 최고 수준인데다,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 유출→환율 상승→물가 상승 재압박’의 파급 구조를 감안할 때 금리 인상은 당위론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금리 인상과 관련해 이런 불가피성보다 더욱 주의 깊게 보는 것은 가계부채의 휘발성이다. 국내 가계부채는 1분기 말 현재 1859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3%에 달한다.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2030계층의 주택 ‘영끌 매수’와 주식·가상화폐 ‘빚투족’들에게는 금리 인상이 삶을 옥죄는 공포가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영업자들은 1인당 평균 2억2800만원의 빚더미에 올라 있고, 30대 주택 구입자의 LTI(소득 대비 대출 비율)는 무려 280%에 달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 금융 취약계층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은 은행의 예대마진 구조와도 무관치 않다. 은행의 보통예금은 금리가 극히 미미해 금리 변동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정기예금은 계약할 당시 금리가 정해져 있는 반면 대출은 변동금리부 상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는 빠르게 반영되지만, 예금금리에는 반영이 늦어 예대마진 확대로 인한 ‘이자 장사’가 용이해지도록 설계돼 있다. 4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예대마진(잔액 기준)은 2.35%포인트로 3년10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국내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수익만 11조원이 넘는다. 올 연말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 8%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가 고물가·고비용 구조를 견디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판에 은행들만 손쉬운 금리 장사로 배를 불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경영진이 먼저 고객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차원에서 적정 금리 수준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예대마진이 향후 본격적 금리 상승에 편승해 지난해보다 더 큰 폭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