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4명 사망…"응급실마다 사흘에 한번꼴 중상자"
로마시·장애인단체 등 주차 규제 강화 및 감차 추진
전동스쿠터에 신음하는 로마…보행자도 운전자도 '아슬아슬'
이탈리아 수도이자 세계적 관광도시인 로마가 최근 수년간 급증한 전동 스쿠터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의 여행전문 사이트 CNN트래블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마시 교통 당국에 따르면 3년 전 전동 스쿠터가 도입된 로마에서는 현재 7개 업체가 1만4천여대의 전동 스쿠터 대여 사업을 벌이고 있다.

도입 당시 전동 스쿠터는 대체 대중교통으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까지 이용자 4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로마시 관계자는 병원 응급실마다 적어도 사흘에 한 건 이상 전동 스쿠터 관련 중상 사고를 접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고는 주로 이용자들이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CNN트래블은 분석했다.

전동 스쿠터가 도심 관광을 위한 운송 수단으로서 여행객과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들이 규칙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미국인 2명이 유명 관광지인 스페인 계단에서 대여용 스쿠터를 던져 대리석을 깨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도 운행 금지나 탑승자 수 1인 제한 규정이 종종 무시되고, 스쿠터 대여 시 헬멧 제공이 의무가 아닌 탓에 헬멧을 쓰는 사람도 거의 없다.

스쿠터를 흔히 인도에 세워두는 상황에서 인도 운행 금지 규칙을 적용하기 힘들다 보니 경찰 단속이나 벌금 부과도 드문 형편이다.

택시 기사인 에두아르도 콘티첼리는 "여러 번 사고가 날 뻔했다.

스쿠터가 눈 앞에서 멈추거나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제는 스쿠터만 보이면 천천히 운전하다 보니 운행 시간도 늘어나고 요금도 비싸진다"고 말했다.

전동스쿠터에 신음하는 로마…보행자도 운전자도 '아슬아슬'
하루 평균 운행되는 스쿠터는 270대로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나머지 세워져 있는 98%의 스쿠터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줄리아노 프리텔리 이탈리아 시각장애인연합 대표는 "전동 스쿠터를 아무렇게나 세워두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은 걸려 넘어질 수 있다.

맹인에게는 '죽음의 덫'"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번은 스쿠터가 장애인 옆을 갑자기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에 도우미견이 인도 밖으로 뛰쳐나가 큰 사고가 날 뻔한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시각장애인연합은 전동 스쿠터를 지정된 장소에만 세울 수 있도록 의무화하기 위해 로마시와 협력하고 있다.

스쿠터가 접근할 때 경고 역할을 하도록 최소 30데시벨(㏈)의 소음을 내게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프리텔리 대표는 이 같은 조치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 노인, 유모차를 이용하는 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로마시는 내년부터 스쿠터 허가 대수를 9천대로 삭감하고, 대여업체도 3곳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정 수의 스쿠터는 실질적으로 '라스트 마일'(운송서비스 마지막 단계)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외에 배치하는 계획 역시 검토 중이다.

로마시 관계자는 "전동 스쿠터가 사람들에게 위협인 동시에 도시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로마 도심은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