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팜이 투자한 미국 에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가 안면견갑상완 근이영양증(FSHD) 치료제 후보물질 ‘AOC1020’의 긍정적인 전임상 결과(데이터)를 발표했다.

에비디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FSHD 학회 국제 연구 회의(FSHD IRC)’에서 AOC1020의 근육 약화 예방 효과를 전임상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FSHD에 대해 승인된 약은 없다. 에비디티는 이번 전임상을 토대로 연내 AOC1020의 임상 1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FSHD는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근육이 약화되는 질병이다. ‘이중 호메오박스 4(DUX4)’ 유전자의 비정상적 과발현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십대 및 초기 성인기에 흔히 발병한다. FSHD가 발병하면 얼굴 및 어깨에서 시작해 팔 몸통 하체의 근육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심한 통증 및 피로 등을 겪게 된다. 현재 미국에 최대 약 3만8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에비디티는 추산하고 있다.

이번 전임상은 골격근에서 인간 ‘DUX4’ 유전자를 과발현하도록 조작된 쥐(마우스) 모델에 AOC1020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우스에 AOC1020 단일 용량을 정맥주사(IV)로 투약했다. 투약 후 8주간 골격근에서 DUX4 유전자의 발현량이 줄었다. 쥐의 러닝머신 달리기 및 생체 내 힘, 복합 근육 활동량 등 세 가지 평가지표도 개선됐다. AOC1020가 쥐의 근육 약화를 예방함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AOC1020은 에비디티가 개발한 플랫폼인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접합체(AOC)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항원을 찾아가는 항체에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원료로 한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결합해 특정 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도록 했다. AOC1020은 항체와 함께 짧은간섭리보핵산(siRNA)을 탑재해 DUX4의 과발현을 억제하도록 설계됐다.

에비디티는 올해 AOC1020을 포함해 3가지 후보물질(파이프라인)로 임상 1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AOC1001’은 현재 임상 1·2상 중이다. 1형 근긴장성 이영양증(DM1)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뒤이어 FSHD 치료제인 AOC1020와 뒤셴근이영양증(DMD) 치료제인 ‘AOC1044’로도 연내 1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중이다.

에비디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마이클 플래너건 박사는 “DUX4의 비정상적이고 산발적인 발현은 다양한 근육의 손상을 초래하는 FSHD 등 진행성 질병의 중요한 발병 요인”이라며 “이번 전임상 데이터는 AOC1020가 FSHD의 마우스 모델에서 DUX4의 발현을 차단해 근육 약화를 예방함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에스티팜은 2018년 에비디티에 첫 투자를 시작해 올 3월 말 기준으로 0.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의약품(API) 사업을 하는 데 에비디티의 AOC 플랫폼이 도움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는 특정 단백질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여기에 AOC처럼 항체를 활용하면 적응증 확대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에비디티의 AOC 플랫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업은 또 있다. 일라이 릴리다. 2019년 릴리는 이 선급금 2000만달러와 1500만달러의 지분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에비디티와 AOC 기반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에비디티는 릴리의 신약 개발 및 승인, 판매에 대한 단계별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4억500만달러를 받게 된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