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의 한 카페에 세워진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 /사진=클리앙, 연합뉴스
경북 경주의 한 카페에 세워진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 /사진=클리앙, 연합뉴스
국내 개발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 서비스 종료를 풍자해 추모비를 만든 가운데, CNN이 이를 두고 "세계 정상급(월드클래스) 농담"이라고 소개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경상북도 경주시의 한 카페 옥상에 세워진 IE의 추모비와 함께 이를 만든 개발자 정기용 씨의 인터뷰를 담아 'IE의 마지막 안식처, 한국의 월드클래스 농담이 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앞서 MS는 새로운 브라우저인 MS 엣지(Edge)에 집중하기 위해 이달 15일부터 IE 11브라우저 버전 대부분에 대한 지원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1995년 처음으로 서비스돼 한때 시장점유율 90%로 웹 브라우저 시장을 장악했던 IE는 2000년대 후반부터 구글 크롬에 밀리며 점유율이 추락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뒷전으로 밀려난 것을 대표하는 밈의 대상이 되는 수모까지 겪었던 IE는 결국 27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정씨는 IE의 서비스 종료를 애도하기 위해 43만원을 들여 IE의 'e' 로고와 함께 영어로 "그는 다른 브라우저를 다운받기 위한 좋은 도구였습니다"라는 비문이 새겨진 추모비를 제작했다.

디자인과 제작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걸려 완성된 추모비는 정씨의 형이 운영하는 카페 옥상에 설치됐다. 이후 SNS를 통해 해당 추모비의 사진이 퍼지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씨는 자신의 업무 경력에서 매우 큰 역할을 했던 구형 소프트웨어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추모비에 담았다면서 "IE는 아주 골칫거리였지만 한 시대를 지배했다. 그래서 나는 이 감정을 '애증 관계'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내가 IE 덕분에 월드클래스 농담을 하게 됐으니, 이 또한 IE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라면서도 "이제 IE는 떠났지만 그리워하진 않을 거다. 내게 IE의 퇴역은 '호상'(好喪)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