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허브센터, 디지털자산 허브 구축해 한국이 디지털금융 중심지 돼야"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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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연 '디지털금융 중심지 세미나'
뉴욕·런던 등 전통 금융중심지 입지 흔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는 도약 기회"
뉴욕·런던 등 전통 금융중심지 입지 흔들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는 도약 기회"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되면서 한국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육성할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만들자는 제언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3년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을 발표하고 각종 육성책을 폈으나, 서울은 여전히 국제금융센터지수(FGCI) 순위에서 뉴욕과 런던,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에 밀리고 있다. 국내 금융부문의 국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금융사를 국내로 유치하는 '인바운드 전략'에만 치중한 것이 한계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세계 금융중심지를 향한 20년 숙원이 드디어 풀릴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병윤·이윤석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글로벌 디지털금융 중심지 가능성 및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금융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기존 국제금융 중심지의 위상과 영향력 등에 변화가 발생 가능하다"며 "규제자유특구, 핀테크 혁신기술 허브센터,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 구축 등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적 환경 변화로 인해 전통 국제금융 중심지의 위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령 높은 세금, 비싼 임대료,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인해 뉴욕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뉴욕을 벗어나고 있는 '엑소더스' 현상이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포인트72 에셋매니지먼트 등은 대체도시인 플로리다 이주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과 홍콩은 각각 브렉시트와 홍콩보안법 통과의 충격을 받고 있다. 2020년 말까지 영국소재 금융사 50여개가 프랑스 파리에서 신규 인가를 받는 등 영국에서 3만5000개 이상의 금융분야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서도 52개 은행 및 금융회사가 이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 금융허브의 매력도를 더욱 하락시켰다. 오프라인 금융환경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제도와 실물경제의 뒷받침, 영어 통용, 우수한 생활환경 등의 조건을 갖춘 도시가 글로벌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환경 아래에선 이 같은 대면·중앙화 중심의 입지 조건의 중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도약의 기회"라며 "글로벌 디지털금융 중심지 추진을 위해선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세계적인 핀테크 혁신기술 허브센터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해외 핀테크, 금융, IT, 벤처캐피탈 인력 등을 적극 유치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금융혁신분야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말 기준 185개 사업을 승인했고 2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국보다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보다 활발하게 금융혁신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청자격을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글로벌 금융사도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테스트베드로 육성하자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스위스의 '크립토밸리' 사례를 들며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 추진도 강조했다. 크립토밸리는 낮은 법인세율(8.6~14%), 적은 규제, 엄격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을 바탕으로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등을 끌어모은 곳이다. 이 연구위원은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비해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에 있어 한국이 다소 앞서는 편"이라며 "디지털금융 중심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한국을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만들자는 제언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2003년 동북아금융허브 전략을 발표하고 각종 육성책을 폈으나, 서울은 여전히 국제금융센터지수(FGCI) 순위에서 뉴욕과 런던, 홍콩,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에 밀리고 있다. 국내 금융부문의 국제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 금융사를 국내로 유치하는 '인바운드 전략'에만 치중한 것이 한계라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비대면·디지털 금융 전환 속도가 한층 빨라지면서 세계 금융중심지를 향한 20년 숙원이 드디어 풀릴 수 있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이병윤·이윤석 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글로벌 디지털금융 중심지 가능성 및 추진방안' 세미나에서 "금융환경의 구조적 변화로 기존 국제금융 중심지의 위상과 영향력 등에 변화가 발생 가능하다"며 "규제자유특구, 핀테크 혁신기술 허브센터,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 구축 등을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정치·경제적 환경 변화로 인해 전통 국제금융 중심지의 위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령 높은 세금, 비싼 임대료,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인해 뉴욕에 있는 금융기관들이 뉴욕을 벗어나고 있는 '엑소더스' 현상이 대표적이다. 골드만삭스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포인트72 에셋매니지먼트 등은 대체도시인 플로리다 이주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과 홍콩은 각각 브렉시트와 홍콩보안법 통과의 충격을 받고 있다. 2020년 말까지 영국소재 금융사 50여개가 프랑스 파리에서 신규 인가를 받는 등 영국에서 3만5000개 이상의 금융분야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에서도 52개 은행 및 금융회사가 이탈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사태는 전통적 금융허브의 매력도를 더욱 하락시켰다. 오프라인 금융환경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법·제도와 실물경제의 뒷받침, 영어 통용, 우수한 생활환경 등의 조건을 갖춘 도시가 글로벌 금융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 금융환경 아래에선 이 같은 대면·중앙화 중심의 입지 조건의 중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도약의 기회"라며 "글로벌 디지털금융 중심지 추진을 위해선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먼저 세계적인 핀테크 혁신기술 허브센터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이 강점을 지닌 IT 기술력을 십분 활용해 해외 핀테크, 금융, IT, 벤처캐피탈 인력 등을 적극 유치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금융혁신분야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년말 기준 185개 사업을 승인했고 2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한국보다 앞서 이 제도를 도입한 영국,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보다 활발하게 금융혁신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청자격을 확대하고 글로벌 투자자 유치 등을 통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글로벌 금융사도 참여할 수 있는 디지털금융 테스트베드로 육성하자는 것이 이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스위스의 '크립토밸리' 사례를 들며 디지털자산 글로벌 허브 추진도 강조했다. 크립토밸리는 낮은 법인세율(8.6~14%), 적은 규제, 엄격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등을 바탕으로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소,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 등을 끌어모은 곳이다. 이 연구위원은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 러시아 등에 비해 디지털자산 관련 규제에 있어 한국이 다소 앞서는 편"이라며 "디지털금융 중심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