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주가가 최근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찍은 가운데 두 업체의 향후 실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두 업체의 연간 실적이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실적 보릿고개' 언제까지…

○네이버·카카오 실적 낮추는 증권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네이버와 카카오의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연초 대비 감소세다. 네이버의 예상치는 당초 1조7487억원에서 1조5165억원으로 13.3% 감소했다. 카카오 역시 1조840억원에서 8269억원으로 예상치가 약 26% 낮아졌다.

증권가가 네이버와 카카오에 대한 눈높이를 낮춘 건 올 1분기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둔 것과 무관치 않다. 네이버는 1분기 30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 분기보다 영업이익이 14.1% 줄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영업활동을 통해 3512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했지만 한 분기 만에 고꾸라졌다. 카카오는 이 기간 영업이익이 1587억원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증권사의 컨센서스(예측치 평균값)에 미치지 못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네이버의 평균 연봉은 1억2915만원에 달하며, 올해는 10% 더 인상했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직원들이 평균 1억72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으며 올해 임금 인상률도 15%로 네이버보다 더 높게 설정됐다. 지난해 카카오 직원의 급여 총액은 5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7%가량 상승했다.

증권가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향후 실적 예상치를 두고 보수적인 접근을 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급증한 인건비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위드 코로나’ 등에 따른 핵심 사업의 성장 둔화, 늘어나는 신사업 투자 등이 이익 지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본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신사업 가속화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신사업이 향후 두 업체의 실적을 좌지우지할 ‘키’라고 분석한다. 네이버는 커머스, 카카오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신사업을 필두로 한 사업 다각화의 노력이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네이버의 4대 신사업(커머스·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p) 증가한 54.3%를 기록했다. 반면 기존 주력 사업인 검색과 디스플레이 광고 위주의 서치 플랫폼 매출 비중은 40%대로 떨어졌다.

특히 커머스 사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 1분기 커머스 사업 매출은 4161억원으로, 신사업 중 유일하게 20%대 매출 비중을 기록했다. 쇼핑 검색, 쇼핑 디스플레이 광고, 쇼핑 수수료, 멤버십 매출을 합친 커머스 거래액은 1분기 9조원으로 급증했다.

네이버는 향후 일본에 ‘마이스마트스토어’ 서비스를 오픈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커머스 사업은 마케팅 비용을 차감하기 전 단계의 이익률이 서치 플랫폼보다 1.5배 높다”며 “중장기적으로 이익 창출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역시 신사업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1분기 카카오의 신사업 매출 비중은 46%로 집계됐다. 이 기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증가한 카카오톡 기반 광고 매출이 큰 성과를 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블록체인, B2B(기업 간 거래), 핀테크를 톡·포털 광고와 함께 플랫폼 사업에 포함하고 있다.

시장 확장성이 큰 게임, 웹툰, 미디어, 뮤직서비스는 콘텐츠 사업의 성과도 주목된다. 카카오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콘텐츠 사업 매출 비중은 게임(32%), 스토리(31%), 뮤직(27%), 미디어(10%) 순으로 높다. 특히 콘텐츠는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 탄탄한 점유율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사내 맞선’ 등 원천 지식재산권(IP) 발굴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016년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뒤 지난 3월 프랑스 서비스를 시작한 픽코마는 지난해 전 세계 유료 이용 만화 앱 1위에 올랐다. 누적 거래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최근엔 영어권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북미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합병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