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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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지방가면 '고생길 열렸구나' 싶었죠.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A건설사 분양 마케팅팀 차장), "규제가 심하지 않다보니 인허가 받기도 수월한 편이구요. 브랜드 아파트면 지역 주민들도 호감을 갖고 봐주거든요. 서울·수도권에서의 냉담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B건설사 영업팀 과장)

부동산 분양시장에서 지방 비규제지역이 주목받으면서 현장 실무자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작년초만 하더라도 '문만 열면 완판'이었던 서울·수도권의 분양열기는 이제 주춤해진 반면, 지방 아파트 분양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으로 인사가 나면 "지방으로 돌리는 좌천 아니냐"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한번 다녀오지" 정도로 완화됐다는 게 현장에서의 얘기다.

이처럼 분위기가 반전된 이유는 지방의 비규제지역에서 양호한 청약성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1~6월 2주) 청약을 받은 단지 중 비규제지역 민간택지에서 분양한 단지는 총 34개 단지로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만247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3만7904명이 청약접수를 했다. 평균경쟁률이 11.06대 1에 달했다.

청약자들이 몰린 까닭은 '불확실한 시장에서 짧은 시간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안팎에서는 금리인상과 대외환경 불확실성 등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규제지역으로 묶인 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1곳 등에 달한다. 규제지역으로 묶이게 되면 소유권 이전등기일까지 전매가 제한된다. 보통 아파트가 분양에서 입주까지의 기간은 3년 내외가 소요된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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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분양가 절대값이 높은데다, 중도금에 대한 이자후불제로 입주시에 금리인상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앉을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됨에도 예비청약자들이 청약을 망설이는 이유다. 지방이라고 '묻지마 청약'이 이뤄지는 건 아니다. 비규제지역 중에서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 등은 전매 규제가 걸린다.

때문에 전매 금지 기간이 짧거나 아예 없는 지역인 지방에서 이뤄지는 청약은 의외의 호황을 맞고 있다. 비규제지역의 경우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제약도 덜해 대출이 최대 70%까지 가능하다. 다주택자 등의 경우 규제지역 대비 양도세를 비롯해 취득세, 종부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단연 관심이 높다. 로또 아파트 같은 '수억의 대박'은 아니더라도 '소소한 수익률'은 올릴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자료를 보면 충북 충주시에서 지난달 공급된 ‘서충주 푸르지오’의 경우 전용 84㎡가 4억2371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며 분양가(3억 8100만원) 대비 4270만원가량의 웃돈이 붙었다. 지난 1월 전남 나주시 송월동에서 청약을 받은 ‘나주역자이 리버파크’ 전용 84㎡ 역시 5월 현재 4억 2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며 4210만원 가량의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불확실성이 강화된 최근 시장에서는 계약 직후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전매제한은 아파트의 높은 환금성을 제한하는 장벽으로 작용하는데다 시장 상황 변동에 따른 빠른 대응이 불가능하고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 목돈이 장기간 묶이다보니 청약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