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득량만서 해파리 대거 출몰…새우 잡이 어선 피해 호소

"기름값도 비싼데 해파리만 잡히니 배 타고 나오면 적자에요.

"
전남 고흥군 득량만에서 25년째 새우를 잡고 있는 조영철(56)씨는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새우가 산란하는 7∼8월에는 금어기여서 5∼6월에 바짝 새우를 잡아야 하는데 최근에는 그물에 해파리만 가득 올라와 근심이 깊다고 했다.

"치솟은 기름값에 해파리까지"…이중고에 어민들 한숨만
득량만에서 해파리가 잡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부터다.

해파리가 그물에 들어오면, 물의 흐름이 바뀌면서 그나마 잡힌 고기도 모두 그물 밖으로 빠져나간다.

어렵게 그물을 올려봤자 흐물흐물한 해파리만 갑판에 가득 쏟아져, 아예 그물을 열어 바다로 버리기 일쑤다.

최근에는 기름값도 천정부지로 올라 배를 타고 나오는 것 자체가 손해다.

면세유 기준으로 한 드럼(200ℓ) 가격은 보통 11만원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28만원으로 두 배 이상 훌쩍 뛰었다.

한번 조업을 나가면 못해도 100만원 이상은 벌어야 선원 임금도 주고 기름값도 보탤 텐데, 해파리까지 말썽을 부려 빈손인 날이 많다.

조씨는 "15년 전 고흥만을 막은 뒤부터 수온이 올라 봄만 되면 해파리가 극성을 부린다"며 "여름 휴가철에 지원하는 해파리 분쇄기를 빨리 어장에 배치해서 해파리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도에 따르면 득량만 지역에 주로 나타나는 해파리는 보름달물해파리로 성체가 되기 전인 부유 유생이 100㎡당 1∼162개체가 발견되고 있다.

약독성이지만, 조씨의 사례처럼 그물에 대량으로 걸리면 다른 물고기들이 모두 나가버려 피해가 막심하다.

전남도는 어업인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시군 담당 공무원으로 구성된 민·관 모니터링단 62명을 구성해 주 2회 이상 해파리 예찰에 나설 계획이다.

예찰을 통해 해파리가 대량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 관공선과 어선에 해파리 제거망을 장착해 본격적으로 제거 작업을 펼친다.

도 관계자는 "수온이 올라가면 해파리가 늘어나는데 이번 주중에 해파리 위기 특보가 발효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자체가 보유한 분쇄기 등을 투입해 어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