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학회 리뷰에 게재 예정
'법인세 인하 효과 없다' 주장에
"실증논문 많다" 반박
20일 미국 경제학회 리뷰(American Economic Review)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이득세와 실제 기업의 투자 : 한국의 사례(Capital Gains Taxes and Real Corporate Investment: Evidence from Korea)' 논문이 조만간 학회지에 게제된다. 미국 경제학회 리뷰는 경제학 분야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로 꼽힌다. 이곳에 한국의 사례로 쓴 논문이 게재되는 것은 드문일이다. 학회측은 "자본이득세를 낮추면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경제학계의 전통적 믿음이 실제 사례로 처음 증명됐다"며 게재 이유를 밝혔다.
자본이득세 간접인하, 관련 기업 투자 29.2% 증가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한국의 기업분류 기준 변경에 따라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분류가 바뀌어 자본이득세가 간접적으로 인하된 기업들의 투자액이 5년간 9조3000억원으로 2조1000억원(29.2%) 증가했다.저자인 테리 문(한국명 문석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의 자본이득세율을 낮추면 투자를 위해 주식발행을 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자본비용이 낮아지게 된다"며 "이로 인해 주식발행수가 늘고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2013년 미국 코넬대를 졸업한 후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부터 UBC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대주주가 내는 주식 양도세를 의미한다. 중소기업은 10%, 중견기업 이상은 20~30%로 규정돼있다. 세율 자체는 그간 변동이 없었지만 2014년 정부가 기업규모를 나누는 기준 항목 중 상시근로자 기준을 없앤 게 일부 기업들에게 간접적인 세율 인하 효과를 냈다. 제조업의 경우 영업이익 1000억원 이하, 상시근로자 300명 이하, 자본 1000억원 이하, 자산 5000억원 이하 등의 기준이 있었는데 2014년 이후엔 자산과 이익 기준만 남았다. 자산과 이익 기준을 충족했지만 상시근로자 문제로 중소기업 지위를 얻지 못했던 중견기업들은 이 조치로 적용 자본이득세율이 1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문 교수는 특히 초기 스타트업 등 사내축적 자본이 적은 기업일수록 자본이득세 인하에 따른 투자 증가 폭이 클 것이라고 봤다. 이들 기업은 이익 잉여금 비중이 적어 주식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같은 연구결과를 검토해 기업의 투자 유인을 높이기 위한 세제 정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문 교수는 "기업의 투자를 늘리기 위해 조세정책 측면에서는 법인세율과 자본이득세율을 낮추는 것을 추천한다"며 "정책 타깃이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자본이득세율 조정이 투자 확대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인하? 투자 유인 효과 없지 않다"
최근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법인세율의 인하가 투자의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가속상각제도 같은 투자유인 제공도 이렇다할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이 명예교수는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문 교수는 "법인세율이 낮아지면 기업투자가 확대된다는 실증분석은 많다"며 에릭 즈윅 시카고대 경영학과 교수가 미국의 할증·가속상각제도와 같은 법인세 인센티브가 기업 투자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에릭 오른 미 그린넬칼리지 교수의 지난 2018년 연구도 법인세율이 감소할 때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올라갔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는 않겠지만 법인세 부담으로 투자를 못하던 기업들은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