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의 대표 친미 국가로 꼽혀온 콜롬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좌파 대통령이 나왔다. 1995~2010년 중남미를 휩쓴 좌파 정당의 연이은 집권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대선 결선 투표 결과 좌파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 후보가 50% 넘는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파 포퓰리스트 성향으로 ‘콜롬비아의 도널드 트럼프’로 불린 무소속 로돌포 에르난데스를 3%포인트가량 앞섰다.

콜롬비아 국민들이 페트로를 선택한 배경으로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콜롬비아는 핑크 타이드가 중남미에서 득세했을 당시에도 우파 정당 지지율이 굳건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고 부정부패와 범죄가 끊이질 않자 민심이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우파 성향인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미숙한 대처가 국정을 악화시켰다고 유권자들이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중남미 주요 6개국 가운데 브라질을 제외한 5개국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았다. 콜롬비아에 앞서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칠레, 페루에서 정권이 우파에서 좌파로 교체됐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해 있는 브라질도 오는 10월 대선에선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의 정권 탈환 가능성이 높다. 룰라 전 대통령은 주요 여론조사에서 4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중남미에선 최근 볼리비아와 온두라스도 좌파 대통령을 택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한때 중남미를 휩쓸었던 핑크 타이드가 이번엔 더 광범위하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