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바] 이중맹검, 위약 대조로 임상을 진행한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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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용어 ⑥
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다음 단계인 임상 2상은 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를 환자를 대상으로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치료와 예방 등 약의 효과를 ‘유효성’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임상 2상에서는 ‘투약군’과 ‘대조군’이 등장합니다. 투약군은 효과를 확인할 의약품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환자들입니다. 대조군은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다른 약을 넣는 환자들이죠. 투약군과 대조군에 투여하는 약을 각각 시험약과 대조약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조군에는 ‘표준치료제’라고 불리는 기존에 승인된 약을 투여합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임상으로 인해 치료 기회를 놓친다면 비(非)윤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승인된 표준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겉모습이 똑같은 가짜약을 넣습니다. 효과를 확인할 약이 정맥 주사라면 가짜약도 정맥주사, 알약이라면 가짜약도 알약입니다. 이 가짜약은 임상 용어로 ‘속임약’ ‘위약’ 혹은 ‘플라시보(placebo)’라고 합니다.
무작위, 이중맹검 등도 대조군과 관련된 용어입니다. 무작위는 임상 참여 환자 중 누구에게 임상약 혹은 대조약을 투여할지 특정한 기준에 의해 뽑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약의 효과가 높을 것같은 환자만을 선별해 임상약을 준다면 임상 결과는 좋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 더욱 정확하게 약효를 확인하기 위해 임의로 환자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중맹검은 환자와 임상을 진행하는 연구진이 모두 대조약 여부를 모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영어로는 ‘double blind test'입니다. 환자들이 자신이 먹는 약이 임상약인지 대조약인지를 알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연구진도 편향적인 해석을 내놓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위약을 진짜 약으로 믿었을 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합니다. 반대로 시험약을 가짜약으로 알고 있다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시보(Nocebo) 효과’입니다.
병이 자연적으로 낫는 사례나 노시보 및 플라시보 효과 등은 투약군과 대조군 환자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2상에서는 치료 효과가 투약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얼마나 나타났는지를 통계적으로 비교합니다.
지난 연재에서 독성이 높은 항암제 등 일부 임상은 윤리적인 이유로 1상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상의 결과를 토대로 약의 효과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상 1상 결과는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공식적인 근거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약의 효과를 비교할 대조군이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예로 든 대웅제약 특발성 폐섬유증 2상의 1차 평가지표는 ‘노력성폐활량(FVC) 감소율’입니다. 노력성폐활량은 천천히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빠르고 세게 최대한 내뱉는 공기의 양을 말합니다. FVC는 폐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2차 지표로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행 기간(Time to progression of IPF),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등을 설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면 임상 성공으로,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 실패로 간주합니다. 평가지표 충족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표현합니다.
바이오 투자 초심자라면 이러한 문장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신약개발사들이 임상에 실패했음에도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신약개발사들은 임상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임상 2상 1차 평가지표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곧 “임상 2상에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투약군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지만, 대조군과 비교한다면 사전에 설정한 임상 성공의 목표치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2차 평가지표는 다릅니다. 2차 지표는 1차 지표에 비한다면 보조적인 성격으로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임상 실패로 직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1차 및 2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한 경우가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임상 2a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2a상은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로도 부릅니다. 임상약이 환자의 몸에 들어가 예상했던 원리로 병을 치료하는지를 소수에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임상 2b상은 임상 3상의 최적 용량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안전성 확인과 개념 증명을 거친 다양한 용량의 약물을 각각의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최적의 약효를 낼 수 있는 용량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보텍헬스홀딩스의 김상희 한국지사장은 2a상과 2b상이 신약 임상개발 과정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2a상까지는 임상 초기 단계(early phase)에 속하고, 2b상부터는 후기 단계(late phase)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김 지사장은 “일부 기업에서는 임상 3상이 끝나고 진행되는 시판 후 임상을 ‘후기 임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학술적 정의로는 임상 2b상과 3상을 후기 임상으로 구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임상 2b상까지 그 의미를 살펴봤으니 임상 단계에 대한 설명도 ‘절반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임상 3상과 시판후 임상 등도 알아보겠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대웅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PRS' 저해제 'DWN12088'의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고 17일 밝혔다. (6월 17일 기사)임상 1상을 마치고 임상 2상을 승인받은 대웅제약의 신약후보물질. 1상에서 확인한 사람의 몸에 약을 넣었을 때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네요. 물론 임상 1상을 통과했다고 안전성 입증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모든 임상 과정 및 의약품 승인 이후에도 안전성 검증은 계속 됩니다.
다음 단계인 임상 2상은 약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를 환자를 대상으로 입증하는 과정입니다. 치료와 예방 등 약의 효과를 ‘유효성’이라고 합니다.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조?
약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환자의 병세 개선 등이 임상약에 의한 것이란 걸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아무 조치 없이 병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이에 따라 임상 2상에서는 ‘투약군’과 ‘대조군’이 등장합니다. 투약군은 효과를 확인할 의약품 후보물질을 투여하는 환자들입니다. 대조군은 효과를 비교하기 위해 다른 약을 넣는 환자들이죠. 투약군과 대조군에 투여하는 약을 각각 시험약과 대조약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조군에는 ‘표준치료제’라고 불리는 기존에 승인된 약을 투여합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들이 임상으로 인해 치료 기회를 놓친다면 비(非)윤리적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승인된 표준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는 겉모습이 똑같은 가짜약을 넣습니다. 효과를 확인할 약이 정맥 주사라면 가짜약도 정맥주사, 알약이라면 가짜약도 알약입니다. 이 가짜약은 임상 용어로 ‘속임약’ ‘위약’ 혹은 ‘플라시보(placebo)’라고 합니다.
무작위, 이중맹검 등도 대조군과 관련된 용어입니다. 무작위는 임상 참여 환자 중 누구에게 임상약 혹은 대조약을 투여할지 특정한 기준에 의해 뽑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약의 효과가 높을 것같은 환자만을 선별해 임상약을 준다면 임상 결과는 좋게 나타날 것입니다. 이런 일을 방지하고 더욱 정확하게 약효를 확인하기 위해 임의로 환자를 정하는 것입니다.
이중맹검은 환자와 임상을 진행하는 연구진이 모두 대조약 여부를 모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영어로는 ‘double blind test'입니다. 환자들이 자신이 먹는 약이 임상약인지 대조약인지를 알게 된다면 심리적으로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연구진도 편향적인 해석을 내놓을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위약을 진짜 약으로 믿었을 때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합니다. 반대로 시험약을 가짜약으로 알고 있다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시보(Nocebo) 효과’입니다.
병이 자연적으로 낫는 사례나 노시보 및 플라시보 효과 등은 투약군과 대조군 환자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상 2상에서는 치료 효과가 투약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얼마나 나타났는지를 통계적으로 비교합니다.
지난 연재에서 독성이 높은 항암제 등 일부 임상은 윤리적인 이유로 1상부터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1상의 결과를 토대로 약의 효과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임상 1상 결과는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공식적인 근거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약의 효과를 비교할 대조군이 없기 때문입니다.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임상 성공을 결정하는 기준 및 목표 수치는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정해서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임상시험에서 달성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를 ‘1차 평가지표’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primary endpoint’입니다. 그 다음으로 정한 목표를 2차 평가지표(secondary endpoint)라고 합니다.앞서 예로 든 대웅제약 특발성 폐섬유증 2상의 1차 평가지표는 ‘노력성폐활량(FVC) 감소율’입니다. 노력성폐활량은 천천히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빠르고 세게 최대한 내뱉는 공기의 양을 말합니다. FVC는 폐 기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입니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2차 지표로는 특발성 폐섬유증 진행 기간(Time to progression of IPF),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등을 설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하면 임상 성공으로, 충족하지 못하면 임상 실패로 간주합니다. 평가지표 충족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했다”고 표현합니다.
바이오 투자 초심자라면 이러한 문장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신약개발사들이 임상에 실패했음에도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신약개발사들은 임상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임상 2상 1차 평가지표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했지만, 통계적 유의성은 확보하지 못했다”고 표현합니다. 이는 곧 “임상 2상에 실패했다”는 말입니다. 투약군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지만, 대조군과 비교한다면 사전에 설정한 임상 성공의 목표치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2차 평가지표는 다릅니다. 2차 지표는 1차 지표에 비한다면 보조적인 성격으로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임상 실패로 직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1차 및 2차 평가지표 모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한 경우가 가장 좋은 결과입니다.
임상개발 초기와 후기를 구분짓는 2a상과 2b상
일부 연구에서 임상 1상을 1a상과 1b상을 구분하듯 임상 2상도 임상 2a상과 2b상으로 나눠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임상 2a상은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의 효과를 확인하는 단계입니다. 2a상은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단계로도 부릅니다. 임상약이 환자의 몸에 들어가 예상했던 원리로 병을 치료하는지를 소수에서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임상 2b상은 임상 3상의 최적 용량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안전성 확인과 개념 증명을 거친 다양한 용량의 약물을 각각의 환자들에게 투여하고 최적의 약효를 낼 수 있는 용량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노보텍헬스홀딩스의 김상희 한국지사장은 2a상과 2b상이 신약 임상개발 과정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2a상까지는 임상 초기 단계(early phase)에 속하고, 2b상부터는 후기 단계(late phase)로 분류한다는 것입니다.
김 지사장은 “일부 기업에서는 임상 3상이 끝나고 진행되는 시판 후 임상을 ‘후기 임상’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며 “하지만 학술적 정의로는 임상 2b상과 3상을 후기 임상으로 구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임상 2b상까지 그 의미를 살펴봤으니 임상 단계에 대한 설명도 ‘절반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임상 3상과 시판후 임상 등도 알아보겠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