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과다 지급된 국가 배상금 중 일부를 국가에 반환해야 하는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한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지연이자를 면제하고 원금만 받기로 했다.

법무부는 20일 ‘초과 지급 국가배상금 환수 관련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인혁당 피해자 A씨가 국가에 갚아야 하는 과다 배상금의 지연 이자 납부를 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A씨가 국가에 반환해야 할 원금 5억원을 분할 납부하면 그 동안 발생한 지연손해금 약 9억6000만원은 면제된다.

이번 사건은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고 국가배상금 가지급금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정원이 배상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 76명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1·2심에서 승소해 2009년 배상금을 가지급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배상금의 지연손해금(이자)이 과다 책정됐다며, 해당 부분을 정부에 돌려줘야 한다고 2011년 판례를 변경했다.

국가는 생활고로 돈을 돌려주지 못한 28명 중 A씨에 대해 초과 배상금 5억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2013년 제기해 승소했고, 2017년 A씨 자택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을 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국가가 ‘빚 고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 국가가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A씨도 2019년 강제집행을 불허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이자를 면제하라며 지난달 4일 화해를 권고했다.

A씨 말고도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개별 추가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를 지시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배상 진행 과정에서 국가의 실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른바 '줬다 뺐는' 과정이 생겨 국민이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데에 진영논리나 정치논리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인권침해 등 잘못된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측면에서 선제적으로 대안과 해결 방법을 찾았다"며 "과거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이번 사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화해권고안 수용 입장을 적극 개진했다"고 밝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