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월평균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가 4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다음달부터 예정된 생애최초 구매자 담보인정비율(LTV) 80% 확대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올 들어 월평균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가 4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다음달부터 예정된 생애최초 구매자 담보인정비율(LTV) 80% 확대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매수자가 올 들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파른 대출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경기 침체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다음달부터 생애 최초 구매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소득·집값·지역과 관계없이 최대 80%로 확대하겠다고 나섰지만 대내외 여건상 매수심리 회복세는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별 생애최초 구입 4만 명 밑돌아

대출 80%까지 되는데…'생애최초' 구입 급감
2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전국 부동산 생애최초 매수자(대법원 등기 기준)는 올 들어 5월까지 월평균 3만8749명으로 조사됐다. 월별 생애최초 구매자가 4만 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는 월 4만~5만 명대를 유지했다. 2015년에는 6만1335명으로 6만 명을 처음 돌파했다. 2019년 4만6877명으로 소폭 줄었던 생애 최초 구매자는 2020년 5만8696명으로 반등한 뒤 2021년 5만6856명을 기록했다.

올해 5월까지 전체 부동산 매수자 중 생애최초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3.9%에 그쳤다. 2017년(23.6%)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비중이다.

모든 연령대에서 매수세가 위축했지만 특히 39세 이하 청년층의 감소 폭이 컸다. 39세 이하 매수자는 월평균 1만9480명으로, 전년 월평균(3만149명) 대비 35%가량 줄었다. 40세 이상 59세 이하 연령층은 1만5085명으로, 전년보다 28% 줄었다. 60세 이상은 26% 감소한 4184명으로 조사됐다.

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가 감소한 데는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직방 관계자는 “부동산 보유자는 기존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비(非)보유자는 대출 외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며 “대출 규제 강화로 무주택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컸다”고 말했다.

LTV 80%로 풀리지만…효과는 ‘글쎄’

대출 규제로 자금줄이 막혔던 무주택자들에게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는 희소식이 분명하다.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3분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LTV 상한을 지역, 집값, 소득 등과 관계없이 80%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생애최초 구매자에게 추가적인 금리 부담 지원이 있다는 전제 아래 LTV 확대는 매수세를 끌어올리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비정상적으로 막았던 대출을 정상화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올 상반기 거래량이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LTV 규제가 풀리는 7, 8월엔 저평가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졌고 집값 고점 인식이 팽배한 만큼 LTV 확대만으로 매수심리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2억원인데 80%를 대출받으면 월급 대부분을 이자로 내야 한다”며 “심지어 금리 인상기이기 때문에 신규 매수세가 유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생애최초 구매자의 LTV 완화가 시장을 회복시키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은 자금력이 있는 기성세대가 주도하고 젊은 층이 따라가는 분위기”라며 “이미 매수심리가 위축돼 젊은 층이 매수세를 주도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 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대부분 6억원을 넘어선 만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현행 제도는 고소득 연봉자만 집을 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심은지/박종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