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공공기관 개혁 방침을 밝혔지만 오는 8월 4일부터 시행되는 노동이사제가 개혁을 어렵게 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이사제는 노조 대표 1명이 비상임이사로 경영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때 찬성하면서 도입됐다. 도입 대상은 공기업 36곳과 준정부기관 94곳 등 130개 공공기관이다. 한국전력, 국민연금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해당한다.

노동이사는 공공기관에 과반수 노조가 있을 경우 노조 대표가 2명 이내 후보자를 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노조위원장이 본인을 ‘셀프 추천’할 수도 있다. 과반수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들이 투표를 통해 과반수 동의를 얻은 후보자를 2명 이내로 추천한다.

노동이사제는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근로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민간과 경합하거나 공공기관 간 유사·중복되는 업무를 정비하고, 연공서열 중심의 보수·인사·조직 관리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노동이사가 이런 개혁을 수용할지 의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시에서 2016년 도입해 운영 중인 노동이사제 실태를 보면 노동이사가 공공의 이익보다는 노조나 (공공기관 직원의) 기득권을 대변한다”며 “구조개혁, 사업전환 등 노측에 부담이 되는 혁신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이윤이나 주주 이익 극대화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 목표가 후순위로 밀려 노사 담합에 취약한 구조”라며 “이미 공공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강성노조가 노동이사제라는 강력한 무기까지 갖게 돼 개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