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이 20일 긴급회의를 연 것은 기존 사업이 주춤한 사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들이 신성장동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경영진은 “글로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위기감을 공유하는 자리가 필요했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바라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분야들을 한층 더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작년 시장점유율은 21%로 2016년 수준에서 답보 상태다. 반도체 부문은 코로나19 사태 기간에 지속된 정보기술(IT)산업의 호황이 끝나며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전제품 소비가 줄면 여기에 적용되는 반도체 수요도 급감할 수밖에 없어서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부문에선 시장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사업들은 아직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신사업으로 언급한 메타버스와 로봇 부문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급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삼성 전체 계열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미하다.

사장단은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게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우리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기존에 확보한 인재에 대해선 성과 보상을 확실히 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외부 인재를 스카우트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회의는 삼성전자의 부문별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21∼28일)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번 회의를 바탕으로 전략 회의에서 논의할 의제들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점검이 아닌, 경영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