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역 인근 라이더카페 앞에 놓여 있는 항의용 피켓들
흑석역 인근 라이더카페 앞에 놓여 있는 항의용 피켓들
지난 19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역 2번 출구 앞. 곳곳에는 ‘흑석초 학생들은 공부하고 싶어요’ ‘흑석초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주세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놓여 있었다. 이날 흑석초교 학부모 약 20명은 18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라이더 카페’가 “초등학교 옆에 바짝 붙어 있어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아이들 안전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라이더 카페를 교육환경 유해 업종으로 지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페 바로 옆에서 흡연하는 라이더 이용객
카페 바로 옆에서 흡연하는 라이더 이용객
인도를 주행하는 라이더 이용객
인도를 주행하는 라이더 이용객
라이더 카페는 오토바이 동호인들이 정보를 교환하거나 커피를 마시고,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이 카페와 흑석초 정문 사이의 거리는 20m 남짓. 약 3m 높이의 담장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는 게 갈등의 불씨가 됐다. 카페 영업이 시작되자마자 학부모들은 연일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면서 서울교육청·동작구 등에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 제5조에 따르면 학교 정문에서 직선거리로 50m까지는 절대보호구역”이라며 “라이더 카페도 다른 유해업소와 마찬가지로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소음을 유발해 영업할 수 없다”고 민원을 넣는 등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페 주인 이모씨는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학부모들의 걱정을 반영해 학생들 등하굣길에 영업하지 않고 소음도 통제하겠다고 약속했는데도 학부모들이 계속 폐업을 강요하는 분위기”라며 “월 1000만원의 월세를 내기로 하고 영업을 시작한 카페는 영업 시작 이틀간 손님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업주가 통제를 약속한 적도 없고 인도 주행, 소음, 매연 등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폐업을 요구한 게 아니라 일반 카페 등으로만 업종을 변경해도 무방하다”고 반박했다.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시민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시민
교육계에 따르면 라이더 카페는 소매업·음식점 등으로 분류돼 유해업과는 거리가 있다.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해당 카페는 관할 구청에서 영업 허가를 받은 곳”이라며 “영업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환경법으로 관리할 수 없는 사각지대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불거진 ‘리얼돌(사람의 신체를 본떠 제작한 성인용품)’ 영업장 논란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2개 고교 근처에 리얼돌 영업장이 들어서자 주민들은 “학교 반경 200m 이내 퇴폐업소 설치를 불허한다는 교육환경법 제9조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운영 중단을 촉구했지만 교육부와 관할 구청은 당시 “리얼돌 체험장은 유흥업이 아닌, 자유업이라 단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금연구역 펜스
금연구역 펜스
민원이 잇따르자 동작구도 대응에 나섰다. 동작구 보건위생과는 “점주가 영업 업종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해 가게 인근 소음·매연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영업장 외부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착석하는 테이블도 수거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했다. 이미연 동작구 국민의힘 의원은 “영업주와 학부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해 사안이 복잡하다”며 “구청장·시 의원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양측 의견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권용훈/이소현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