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피츠패트릭(27·잉글랜드)은 올해 US오픈 참가자 중 가장 먼저 ‘숙소 구하기’에 나선 선수였다. 9년 전 같은 골프장에서 열린 US아마추어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이용한 바로 그 집을 잡기 위해서였다. 피츠패트릭은 운 좋게 2013년 이용한 그 침대에서 잤고, 또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우승 경험이 없는 탓에 ‘무관의 실력자’로 불리던 피츠패트릭이 드디어 챔피언이 됐다. 그것도 골프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총상금 1750만달러)에서다. 피츠패트릭은 덤으로 US아마추어오픈과 US오픈을 모두 거머쥔 첫 번째 외국인이자 잭 니클라우스, 줄리 잉스터에 이어 두 대회를 같은 코스에서 우승한 세 번째 선수라는 기록도 갖게 됐다.

피츠패트릭은 20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브루클린 더CC(파70·7264야드)에서 열린 US오픈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 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 세계 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와 2020~2021시즌 PGA투어 신인왕 윌 잴러토리스(26·미국)를 1타 차로 제쳤다.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7승 보유자인 피츠패트릭은 178㎝에 70㎏으로 PGA 선수치고는 작은 편이다. 그래서 ‘거리’보다 ‘정확도’로 승부한다. 올시즌 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298야드로 63위에 그쳤지만, 페어웨이 안착률(64.88%)과 그린 적중률(65.82%)은 각각 15위와 51위에 올랐다.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선 이 수치를 각각 79%와 94%로 확 끌어올렸다. 그는 샷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15세 때부터 모든 샷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 지점과 사용한 클럽, 비거리 등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오차를 줄여왔다고 PGA 측은 설명했다.

18번홀(파4)에서 그의 정확한 세컨드 샷이 빛을 발했다. 이날 잴러토리스와 공동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피츠패트릭은 경기 내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1타 앞선 상황에서 친 그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다. 보기를 범하면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는 9번 아이언을 짧게 잡고 과감하게 때렸고 공을 핀 6m 옆에 붙였다. 그는 “올해 가장 아쉬운 샷은 방금 전 18번홀의 티샷이었고, 올해 가장 좋았던 샷은 18번홀의 두 번째 샷이었다”고 말했다.

피츠패트릭의 우승은 베테랑 캐디 빌리 포스터에게도 커다란 감격을 선사했다. 포스터는 30년 넘게 캐디로 활동하며 리 웨스트우드, 타이거 우즈, 토마스 비욘 등과 함께했지만 메이저대회와는 유독 연이 닿지 않았다. 이날 우승이 확정되자 피츠패트릭은 포스터와 가장 먼저 포옹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