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후원하는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이 처음 맞붙은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US오픈(총상금 1750만달러)에서 PGA투어가 압승을 거뒀다.

20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US오픈을 앞두고 두 리그의 신경전은 극에 달했다. LIV 골프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선수 영입에 나서자 PGA 투어는 출전 금지로 맞섰다. 하지만 US오픈에는 LIV 골프로 옮겨탄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었다. PGA 투어가 아니라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였기 때문이다.

더스틴 존슨(38), 필 미컬슨(52), 케빈 나(39·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42·스페인) 등 LIV 시리즈 개막전에 나갔던 선수들은 물론 이달 말 2차전부터 뛰기로 한 브라이슨 디섐보(29), 패트릭 리드(32·이상 미국) 등도 도전장을 냈다.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 세계 골프 투어의 주도권이 바뀌는 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가 골프업계에서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PGA 잔류를 선택한 선수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29·미국), 욘 람(28·스페인) 등은 “역사와 전통이 있는 US오픈 대회장에 LIV 시리즈 관련 질문만 계속 나오는 것이 슬프다” “돈 때문에 골프를 치는 것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PGA파의 압승이었다. 매트 피츠패트릭(26·잉글랜드)이 우승했고, 스코티 셰플러(26)와 윌 잴러토리스(26·이상 미국)가 2위에 오르는 등 PGA 투어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LIV 골프로 전향한 선수 중에서는 존슨이 공동 24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LIV 골프는 40대 이상 전성기가 지난 선수들의 ‘준 챔피언스 투어’”라는 매킬로이 평가에 힘이 실린 셈이다. 미컬슨, 케빈 나, 디섐보 등이 일찌감치 커트 탈락하면서 LIV 골프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르지도 못했다.

하지만 LIV 골프는 굴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는 30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두 번째 대회 개최를 앞두고 LIV 골프 대회의 결과를 세계 랭킹 포인트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랭킹 20위 아브라함 안세르(31·멕시코)가 이날 LIV 골프 합류를 발표한 데 이어 콜린 모리카와(25), 잰더 쇼플리(29·이상 미국), 빅토르 호블란(25·노르웨이) 등 젊은 선수들도 고민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