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파이넥스로 탄소배출 대폭 줄인 포스코
지난 6월 10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FINEX) 2공장.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닷바람이 110m 높이의 공장으로 강하게 불어왔지만 2공장의 열기를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1500℃ 이상의 열로 철광석을 녹이는 용융로에 다가선 순간에 때마침 벌건 쇳물이 쏟아져 나왔다. 10m 거리에서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뜨거운 열기였다.

파이넥스 공장은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포스코 기술의 주축이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누적으로 파이넥스 2·3공장은 3400만 톤의 고품질 쇳물을 생산하면서 오염물질을 대폭 줄였다. 이창형 포스코 파이넥스부 기술개발섹션 리더는 “탄소포집, 활용·저장(CCUS) 기술을 적용하기 쉬운 파이넥스 기술은 기존 용광로와 비교할 때 탄소배출량을 45%가량 감축할 수 있다”며 “탄소는 물론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은 기존 용광로 대비 각각 40%, 15% 수준”이라고 말했다.

파이넥스 기술에서 수소환원제철로

포스코는 1992년 파이넥스 기술개발에 착수해 2003년 기준 폐쇄한 연산 60만 톤 규모의 1공장, 2007년 연산 150만 톤 규모의 2공장을 짓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4년 1월부터는 연산 200만 톤 규모의 3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파이넥스 2공장의 제어실 모니터를 통해 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융로 공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철광석(Fe2O3)에서 산소(02)를 분리(환원)해 철을 생산하는 유동환원로의 모습도 보였다. 이 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용융로도 볼 수 있다.

쇳물을 생산할 때 기존 용광로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석탄을 덩어리(소결 과정)로 만들어 투입한다.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석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상당한 탄소가 배출된다. 덩어리 석탄은 덩어리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는 환원제로 사용된다. 이렇게 만든 철광석 덩어리와 석탄 덩어리를 용광로에 겹겹이 쌓아 넣어야 그 사이로 뜨거운 열기(이산화탄소)가 지나면서 쇳물이 생산된다.

반면 파이넥스 기술은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과정을 없앴다. 소결 과정이 없는 만큼 석탄 등을 덩어리로 만들기 위해 태우는 과정이 생략되고, 탄소도 발생하지 않는다. 파이넥스는 가루 철광석을 환원로와 용융로에 넣고 환원제로 가루 석탄과 수소 등을 활용해 쇳물을 뽑아낸다. 수소를 환원제로 일부 활용하면서 탄소를 비롯한 공해물질이 적게 발생한다.

이창형 리더는 “지난해 4분기 파이넥스 공장의 생산원가가 중국과 일본 제철소를 크게 밑돌았다”며 “포스코의 다른 용광로와 비교해도 3%가량 저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배출량-흡수량)을 제로(0)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세웠다.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담당 상무는 “2030년 탄소배출량을 2017~2019년 대비 20%(사회적 감축분 포함)가량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파이넥스에 이어 하이렉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파이넥스 공정을 기본으로 한다. 하지만 철을 생산하기 위한 환원제로 가루 석탄 대신 수소를 100%로 활용하는 것이 파이넥스 공정과 다른 점이다. 수소를 사용하는 만큼 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포스코 등은 국책과제를 통해 파이넥스 2공장 옆 부지에 1조원을 들여 2028년까지 100만 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임시 공장을 준공할 계획이다.

주세돈 포스코 기술연구원장은 “수소환원제철은 유럽과 중동에서 추진하는 친환경 제철(샤프트)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상당한 데다 기술도 우수하다”며 “유럽식 제철소는 값이 비싸고 구하기도 쉽지 않은 펠릿(철광석을 구슬 형태로 만든 원료)을 활용하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파이넥스로 탄소배출 대폭 줄인 포스코
[박스 인터뷰] 김희 포스코 상무

“수소환원제철 개발, 국책과제로 추진돼야”
파이넥스로 탄소배출 대폭 줄인 포스코
“미국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대신 물을 배출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정부 차원의 범국가적 기술개발(R&D) 지원이 요구됩니다.”

김희 포스코 탄소중립 담당 상무는 6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철강업체의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석탄을 태워 쇳물을 만드는 용광로(고로) 공정을 수소로 쇳물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가운데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으로 꼽힌다. 2017~2019년 평균 탄소배출량이 7880만 톤에 이른다.

지난 3월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고 회사 전 부문에서 수립한 탄소중립 전략을 세우고 있다. 탄소중립 전략 설계를 주도하는 김 상무는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국책과제로 2028년 수소환원제철 시험 공장(데모플랜트)을 준공할 것”이라며 “수소환원제철소로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철강사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이 조속히 국책사업으로 선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책과제로 선정되려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야 한다. 현재 국책사업 예타심의는 당초 지난 5월 계획이었으나, 8월 이후 심의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 상무는 “지난 5월 완료 예정이던 철강 국책사업의 예타가 미뤄지면서 관련 예산 편성 작업도 더뎌지고 있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속도가 1~2년가량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 제철 기술을 개발하는 주요국에 비해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탄소 무역장벽’이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그는 “한국도 저탄소 기술개발을 비롯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한국의 배출권거래제(ETS)로 거래되는 탄소배출 권리가 미국과 EU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항=김익환 한국경제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