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지난 16일 제4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맞춰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입니다. 민주노총의 주장대로 이날 최저임금위원회는 8시간이 넘는 논의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해서 적용할 것인지를 놓고 표결해 결국 부결됐습니다. 차등적용 찬성은 11명, 반대는 16명이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공익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 점을 감안하면 경영계는 전원 찬성, 노동계는 전원 반대했고 공익위원 9명 중 7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됩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경영계의 최저임금 차등적용 요구에 대해 앞서 언급한 보도자료 내용처럼 지난 2017년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럼에도 경영계는 매년 최저임금 시즌 때마다 업종별 차등적용을 요구하고, 번번이 퇴짜를 맞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언급한 2017년 최저임금 제도개선 TF 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2017년 9~12월 4개월간 진행된 TF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을 구분해 보고서를 냈습니다. 다수의견은 '현 시점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였습니다.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려우며, (최저임금제도) 시행 첫 해 외에는 단일 최저임금을 유지해온 것이 이를 반영한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여기에 구분적용되는 업종은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인 기준이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인프라도 없다는 이유도 붙었습니다.
반면 '이미 법률에 근거규정이 있고 업종별 격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구분적용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소수의견도 있었습니다. △현실적으로 업종별로 임금수준, 최저임금 미만율, 1인당 부가가치나 영업이익 등 경영지표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어 단일 최저임금으로 규율하는데 한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국 최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축소 초래 → 최저임금 미만율, 1인당 부가가치, 1인당 영업이익 등 지표를 고려하여 구분적용 업종 선별 가능 △관련 노사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신청이 있으면 최임위 심의를 통해 시행 가능하다는 게 소수의견의 근거였습니다.
경영계는 "이미 결론난 사안"이라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 2017년 다수의견에서 '현 시점에서'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2017년 당시 최저임금은 6470원으로 중위임금 대비 52.8%였으나 이후 5년간 최저임금은 41.6% 인상돼 상황이 바뀌었다는 얘기입니다. 2017년 TF 논의의 다수의견이 "업종별 구분적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노동시장이 달라졌으므로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노사 공방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데에는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의 책임도 큽니다. TF는 당시 합의문안을 내지는 못했지만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관련해 '법적으로는 구분적용 근거가 있으므로 업종별 구분적용을 위한 통계인프라, 구분판단 기준 등에 대한 중장기 논의가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을 하든 안하든, 정부가 이제라도 실태조사 및 정확한 통계를 마련해 논란과 갈등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