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가공식품 코너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뉴스1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홀딩스가 올 하반기 아시아 지역의 식량 인플레이션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 싱가포르, 필리핀과 함께 식량 가격 상승폭이 특히 가파를 것이란 관측이다.

노무라는 2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에서 식량 인플레이션은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노무라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의 지난달 식량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했다. 지난해 12월(2.7%) 보다 상승폭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세계 식량 물가가 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데 약 6개월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하반기 들어 식량 가격 상승세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게 노무라의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봉쇄령과 태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인도의 기록적인 폭염이 아시아의 식량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싱가포르의 식량 가격 오름세가 가장 급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싱가포르의 식량 가격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4.1%였지만 하반기에는 이보다 두 배 높은 8.2%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싱가포르는 농경지가 적어 소비되는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치솟은 글로벌 식량 물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는 얘기다.

싱가포르의 뒤를 이은 국가는 한국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식량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 5.9%에서 올 하반기 8.4%로 확대될 전망이다. 필리핀의 식품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필리핀의 식량 가격 상승률은 지난달(4.9%) 보다 2%포인트 오른 6.9%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노무라는 “곡물과 식용유에 이어 육류와 가공식품, 외식 비용까지 오르고 있다”면서 “물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식량처럼 자주 구입하는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량 가격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쌀은 현재까지 재고가 넉넉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값비싼 밀의 대체재를 구하려는 각국의 수요가 늘어나면 쌀값도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식량 가격 상승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노무라는 분석했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필리핀에선 지역별로 최저임금 상승분을 차등 적용했다. 노무라는 “하반기 식량 물가가 계속 상승하면 아시아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더 빠른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