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고과 받아도 임원이 성과급 재분배…법원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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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받은 고과와 별도로 임원이 성과급 지급 비율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평가 제도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또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는 것 역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라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2단독 김수정 판사는 지난 14일 SK하이닉스 직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는 전년도 종합평가에 따라 개별 직원들이 고과 등급을 받고 이를 토대로 ‘업적급(성과급)’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일반적인 회사가 흔히 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조직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 숫자가 많아지면서 소위 '셀프디자인' 제도를 도입했다. 셀프디자인 제도란 조직 담당 임원이 직원마다 별도로 평가해서 업적급(성과급)을 다르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다. 직원이 동일 평가 등급을 받아도 임원의 세부 평가에 따라 부서·개인 간 임금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등급별로 '지급률'이 정해져 있었고 전체 예산에 맞추어 등급별 인원 비율도 부문장이 정했던 과거 제도와 달리, 셀프디자인 제도 하에서는 각 등급의 비율 및 지급률을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부문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최하 2개 등급에는 반드시 일정 숫자의 직원을 배정해야 하는 강제 할당은 없어지고 등급별 할당 비율을 부서별로 알아서 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다만 임원이 높은 고과를 받은 직원을 여러 명 나오도록 조절하면서, 그만큼 같은 고과를 받은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은 줄어들게 됐다.
이에 근로자들은 "객관적 기준 없이 담당 임원이 업적급을 조정하는 셀프디자인제도 탓에 동일한 평가 등급을 받아도 일부 직원은 급여가 삭감됐다"며 "이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조직별로 할당된 예산 범위 안에서 업적급을 분배하는 기본 구조는 예전 제도와 같다"며 "근로자에게 특정 평가등급에 따른 업적급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성과·보상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만족도도 높다"며 또 "낮은 평가 등급에 강제로 근로자를 할당하도록 한 상대평가가 폐지된 탓에 상위 등급을 받은 근로자들의 업적급이 종전보다 감소했다는 점만으로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SK하이닉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측을 대리한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원이 임의 배정을 하기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부서 사정에 맞춰 성과급 지급률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며 "평가 제도를 부서가 자율적인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게 아니라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수년간 해당 제도로 인해 노조와 갈등을 빚어 왔다. 근로자들과 노조 측은 곧바로 상소한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2단독 김수정 판사는 지난 14일 SK하이닉스 직원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회사는 전년도 종합평가에 따라 개별 직원들이 고과 등급을 받고 이를 토대로 ‘업적급(성과급)’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일반적인 회사가 흔히 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조직 규모가 커지고 구성원 숫자가 많아지면서 소위 '셀프디자인' 제도를 도입했다. 셀프디자인 제도란 조직 담당 임원이 직원마다 별도로 평가해서 업적급(성과급)을 다르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다. 직원이 동일 평가 등급을 받아도 임원의 세부 평가에 따라 부서·개인 간 임금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등급별로 '지급률'이 정해져 있었고 전체 예산에 맞추어 등급별 인원 비율도 부문장이 정했던 과거 제도와 달리, 셀프디자인 제도 하에서는 각 등급의 비율 및 지급률을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부문별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최하 2개 등급에는 반드시 일정 숫자의 직원을 배정해야 하는 강제 할당은 없어지고 등급별 할당 비율을 부서별로 알아서 하는 방식으로 바뀐 셈이다.
다만 임원이 높은 고과를 받은 직원을 여러 명 나오도록 조절하면서, 그만큼 같은 고과를 받은 직원들이 받는 성과급은 줄어들게 됐다.
이에 근로자들은 "객관적 기준 없이 담당 임원이 업적급을 조정하는 셀프디자인제도 탓에 동일한 평가 등급을 받아도 일부 직원은 급여가 삭감됐다"며 "이는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동의가 없었으므로 무효"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조직별로 할당된 예산 범위 안에서 업적급을 분배하는 기본 구조는 예전 제도와 같다"며 "근로자에게 특정 평가등급에 따른 업적급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직접적·구체적 이익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직별로 자율적으로 성과·보상을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만족도도 높다"며 또 "낮은 평가 등급에 강제로 근로자를 할당하도록 한 상대평가가 폐지된 탓에 상위 등급을 받은 근로자들의 업적급이 종전보다 감소했다는 점만으로 불이익한 변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SK하이닉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 측을 대리한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임원이 임의 배정을 하기보다는 조직 구성원들의 의견이나 분위기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 부서 사정에 맞춰 성과급 지급률 등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며 "평가 제도를 부서가 자율적인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제도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게 아니라는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수년간 해당 제도로 인해 노조와 갈등을 빚어 왔다. 근로자들과 노조 측은 곧바로 상소한다는 방침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